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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씨 "칼럼 제목 잘못됐다"
입력2001-07-06 00:00:00
수정
2001.07.06 00:00:00
언론사 세무조사에 관한 일간지 칼럼으로 논쟁에 휘말린 소설가 이문열((53)씨는 6일 칼럼 제목이 당초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씨는 6일 아침 생방송된 문화방송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손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잘 붙여진 제목 같지 않다"고 밝히고 "조선일보에 기고한 칼럼 요지는 '기관사들이여, 브레이크를 밟아라'라는 의도였으나 신문사측이 '신문없는 정부 원하나'로 달았다"며 자신의 뜻이 정확히 전달되지 못했음을 강조했다.
이씨는 또 "언론사도 비리가 확인되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특정 시기에 특정 언론에 대해서만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범위를 정해 놓고 시작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섭 기자
[시론] ‘신문없는 정부’ 원하나 ........ 이문열
지금 우리 사회는 같은 철로 위에서 걷잡 을 수 없는 투지로 서로를 향해 치닫고 있 는 두 대의 기관차를 보고 있는 듯한 위기 감에 빠져 있다.해당 언론사 대다수에는 파산선고나 다름없는 국세청 추징에다 사주 (社主)구속을 앞두고 있는 이 나라의 언론과,그런 조처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총 력전을 펼치는 듯한 이 정권이 그러하다.
때로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피할 수 없는 싸움이 있을 수 있고,그래서 둘 다 져서 함께 다치고(兩敗俱傷)같이 끝장을 보는 것(同歸於盡)도 좋은 전략 ·전술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땅에서 마주보고 달리는 두 기관차는 그럴 수가 없고,그래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그 뒤의 객차에는 양쪽 모두 많은 국민들이 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사태의 본질이나 원칙론적 논의는 말할 것도 없고 방법론과 절차에 대한 시비조차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근래 몇 년처럼 정치적 수식어와 화장술이 발달한 적도 없었으며,홍보의 탈을 쓴 정치적 프로파간다와 소수에 의한 다수 사칭 여론조작,그리고 논의를 앞세운 언어적 폭력 이 공공연하게 자행된 적도 없었다.
논리는 오래 전부터 무력해졌고,대중의 이성은 혼란에 빠졌다.거기다가 더욱 고약한 것은 이미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느낌이다.
혁명이 일쑤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양상을 띠는 것은 패퇴한 세력의 잔여 에너지와 승세를 탄 세력의 농축 에너지가 모두 극대화한 상태에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런 혁명의 비극적 소모를 피하기 위해 모색 된 것이 점진적 변혁 혹은 개혁일 것이다. 그런데 80년대 이후 우리 사회가 선택한 것은 후자로 보인다.
야구를 예로 들어 경박해 보이지만,87년 대통령 선거에서 우리는 고의사구(故意死球)로 노태우 정권을 걸러보냄으로써 시간을 벌어 양측의 에너지가 함께 약화되기를 바랐다.패퇴한 쪽의 잔여 에너지가 유혈의 역전(逆轉)을 기도함으로써 생기는 비극적 소모를 피하기 위함이었는데,그래도 간간이 떠돌던 쿠데타설은 그 잔여에너지의 작동을 느끼게 했다.
92년에 성립된 김영삼 정권은 처음 패퇴해 가는 세력의 구원투수 쯤으로 보였다.하지만 그게 위장이었다 하더라도 이 정권보다는 대항 세력시절의 농축 에너지가 많이 희석되었을 것이라 여겨 다음 선택으로 삼았다.
그리고 97년 이 정권이 출범했을 때 나는 10년의 세월을 믿었다.그 완만한 변혁의 기간에 구체제의 잔여 에너지나 대항 세력의 농축 에너지는 거의 소진되었거나 함께 만들 미래에의 이상으로 순화되었으리라 여겼다.그런데 아니었다.
우리 사회는 더욱 분열되고 대립은 더욱 격화되었으며 이제는 모종의 머지않은 폭발을 예감케까지 한다. 참으로 염려스러운 일은 이번의 충돌이 바로 그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이 정권과 언론을 중심으로 방향을 달리하는 힘들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결속되는 느낌을 떨쳐버 릴 수 없다.
국세청이 언론기업의 탈세혐의를 검찰에 고발하는 것을 3개뿐인 방송사가 모두 생중계하고 종일 그 뉴스로 화면을 뒤덮는 걸 보면 유태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나치의 대 국민 선전 선동을 연상시킨다.
그런가 하면 아직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 남은 상태에서 그걸 바로 여당의 정권 재창출 음모로 단정하고 사생결단으로 나오는 야당에서도 단순한 정략 이상 어떤 방향의 사회력 결집이 느껴진다.
어쩌면 지난 10년 우리 사회 는 순화되고 발전해온 것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비극을 유예해온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하는 두려운 자문(自問)이 일기도 한다.
기관사들이여,이제라도 급제동(急制動)을 걸어라.브레이크를 밟아라.늦었더라도 승객의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하지만 굳이 두 기관차가 충돌로 승패를 가름해야 한다면 나는 언론쪽의 승리를 기원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권은 한 시대의 정치제도가 빚어낸 가변적 현상이지만 언론은 제도 그 자체로서 영구적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없고 정부만 있는 사회보다는 정부가 없고 언론만 있는 사회를 선택하겠다는 말은 바로 이 뜻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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