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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출연 진일보" 시장 일단 호의적
입력2000-10-18 00:00:00
수정
2000.10.18 00:00:00
김영기 기자
"사재출연 진일보" 시장 일단 호의적
현대건설 추가자구안 배경·전망
현대건설이 기습적으로 추가 자구계획안을 내놓았다. 정부의 부실판정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기도 전에 출자전환 논란이 등이 불거지고, 이에따른 시장의 불안이 심상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일각의 시각대로 보통주 방식의 출자전환이 감행될 경우 그룹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출자전환 논란」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판단도 추가 자구발표를 앞당긴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현대 추가 자구에 대한 시장 반응은 호의적인 듯하다. 추락하던 현대그룹주가 모처럼 급반등세를 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진로에 대해선 여전히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 자구계획의 실현성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가 강하다. 현대건설에 대한 출자전환 가능성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다만 방식에 대해선 보통주 방식이 아닌, 전환사채(CB)발행방식이 택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 해답은 이달말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추가 자구계획 제출 배경= 현대건설은 지난주부터 자금위기를 겪어왔다. 특히 금감위원장이 긴급 은행장 간담회를 소집하기 직전인 12일에는 교보생명과 신한은행이 300억원씩을 돌리며 부도위기까지 몰렸다. 금융감독원과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만류로 간신히 부도는 넘겼지만, 자금난은 계속됐다.
금융기관들의 이기주의 못지않게 당사자인 현대건설의 영업상황도 여의치 않았다. 채권단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까지 영업상황이 호전됐지만, 이달들어 수지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구계획도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지난달말까지로 예정됐던 현대중공업 주식의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해외매각은 주가하락으로 물건너갔고, 이달로 계획됐던 현대상선 주식의 교환사채 발행도 여의치 않았다. 주식시장의 침체가 자구이행을 불가능하게 한 결정타로 작용한 셈이다.
현대건설이 시장의 이슈로 다시 부각된 것은 이번주초부터. 부실징후 대기업에 대한 출자전환 허용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4대계열인 현대건설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당국자들도 출자전환 허용여부에 대해 혼란을 드러냈고, 진념(陳稔) 재경부장관조차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시장은 흔들리기 시작했고 현대그룹주는 동반 폭락현상을 나타냈다.
◇사재출연 등을 통한 5,800억원의 신빙성= 현대건설이 추가로 내놓은 자구계획의 골자는 종전의 뜬구름 잡는 식의 자구계획을 버리고, 당장 돈이 될 내용들을 포함시켰다는데 특징이 있다. 이중 핵심이 정주영(鄭周永)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이다. 鄭 전 명예회장은 이 자금을 현대건설에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회장도 계열사 보유지분을 매각해 현대건설의 유동성을 확충한다. 사실상의 사재출연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밖에 현대아산 지분매각(400억~500억)이나 옛 상업ㆍ한일은행 본점의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회수할 돈(1,170억원)도 일단은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현대측은 이렇게 해서 총 5,800억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며, 이를통해 연말까지 부채를 4조원 아래로 낮추겠다는 채권단과의 약속을 지킬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현대건설 정상화 가능성= 문제는 금융권의 자세다. 정건용 금감위부위원장은 현대건설 자구안 발표에 앞서 금융권의 집단 이기주의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우량은행과 2금융권이 제살겠다고 나서는한 제아무리 우량기업이라도 살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특히 신한은행 등 우량은행의 경우 은행권이 연말까지 만기를 일괄적으로 연장키로 약속했음에도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대건설이 연말까지 금융권에 갚아야 하는 부분만도 1조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동산 등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에 대한 신빙성에도 여전히 의문이 가는 점이 적지 않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자구이행사항중 불투명한게 유가증권과 부동산 부분이라고 밝혔다. 매도자의 뜻대로 되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업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정부와 채권단은 이 같은 사항들을 놓고 이달말까지 현대건설의 진로를 최종 확정지을 방침이다. 그러나 현 분위기로는 현대건설이 퇴출될 가능성은 전무하다. 문제는 살리되, 어떻게 살릴 것이냐의 부분이다. 자구계획만으로 된다면 고민할게 없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게 문제다.
금융당국은 아직까지는 출자전환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뭔가 당근을 줘야할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고 경영권을 위협할 보통주 방식의 출자전환은 현대건설이 극력 반대한다. 채권단도 호의적이지 않다. 전환사채(CB) 발행 방식의 출자전환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김영기기자 yg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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