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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전쟁과 까치밥

“직장 그만두면 A시에 가서 조그만 가게나 하나 차려야지” “왜 하필이면 상권 좋은 서울을 두고 A시야?” “A시에는 백화점이 없고 할인점도 하나 밖에 없어서 그나마 장사가 되거든” “그것도 옛날 얘기야, 할인점들이 줄줄이 들어온다는 말 못들었어? 이제 개인이 장사하려면 지방으로 가야해” 한 유통업체의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나눈 대화다. 이들의 얘기 처럼 최근에는 선뜻 창업할 만한 아이템이나 지역을 선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실제로 할인점이 한 곳 뿐인 A시의 경우 최근 몇 년간 퇴직한 직장인을 중심으로 옷가게, 식당 등 창업이 몰리며 아울렛타운 까지 형성됐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포화상태에 이르러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어려움은 시작에 불과하다. 업계 자료에 따르면 할인점을 오픈하기 위한 적정 인구는 15만~20만명. 할인점이 영향을 미치는 상권의 반경도 도심에서는 5㎞정도에 불과하지만 지방에서는 20㎞에 달해 A시의 경우 할인점 두 곳이 더 오픈하면 개인 점포들이 할인점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가 쉽지않을 전망이다. 먹는 장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대기업들이 운영하는 대형 패밀리레스토랑,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점포 확장에 나서면서 소규모 영세 음식점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에서 창업희망자들을 상대로 상담한 결과에 따르면 희망자중 `60~70%가 음식점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대다수는 경험이 없는 나이 든 직장인 출신이 많아 전문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잇따른 구조조정에 따라 정년은 빨라지고 있는데 이들이 마땅히 할 만한 개인 사업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이윤추구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것이 소비주체인 지방 주민이나 영세 사업자들과의 밥그릇 싸움이 돼서는 곤란하다. 사업확장이 불가피하다면 직영사업 보다는 가맹점 개발 등을 통해 소비 주체인 서민들의 정서에 거스르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 기업들은 늦가을 감나무에 홍시 몇 개를 까치밥으로 남겨두던 조상들의 자세에서 경영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 <우현석기자(생활산업부) hnskwo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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