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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돈' 없애 재정개혁 승부수
입력1998-10-18 19:10:00
수정
2002.10.22 15:56:43
목적세 폐지를 위해 재정경제부가 「22일 차관회의 상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면서도 재경부 당국자들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신중한 반응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교육세, 농어촌특별세, 교통세등으로 혜택을 입은 기득권층의 반발이 걱정스럽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할 정치권의 공세도 부담스럽다. 여러차례 공청회를 통해 재정개혁의 출발이라는 명분을 축적했음에도 현실적인 장벽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행 목적세 제도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있다 = 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는 세금위에 세금을 덧붙이거나 심지어 조세감면에 대해 다시 세금을 물리는 형식이다. 교육세는 11가지 세금에, 농특세는 7가지 세금에 얹어서 부과되고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살 때 특별소비세에 교육세가, 취득세에 농특세가 붙는식이다. 누가 보더라도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세금체계가 불투명하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것은 당연하다.
더 큰 문제는 모든 나라살림이 예산당국의 철저한 검증과 국회심의를 거쳐 우선순위에 따라 배분되는데 비해 이들 목적세는 교육부·농림부등에 자동으로 배정된다는데 있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을 기준으로 하면 그 금액은 전체 국세세입의 19.8%인 13조5,380억원에 이른다. 이는 일본의 1.1%나 유럽연합(EU)의 1%보다 비정상적으로 높다.
가뜩이나 세수(稅收)가 부족한 상황에서 농어촌구조개선, 교육시설확충, 교원복지, 사회간접자본(SOC)등 특정분야에 세금을 우선 배정해놓으면 당장 급한 실업대책이나 금융구조조정등에 쓸 돈이 부족해진다.
구조조정 재원이 없어 국채를 수시로 발행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막대한 세금을 특정분야에서 독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전체적인 틀 안에서 지출의 우선순위를 따져 합리적으로 배분하는게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목적세로 이루어지는 사업의 비효율성도 늘 문제다. 예산배정때마다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는 예산당국과 힘겨운 줄다리기를 하는 일반예산과 달리 심사가 생략되기 때문. 「눈먼 돈」으로 불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최근 검찰수사로 드러난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비리가 대표적이다.
◆문제해결의 유일한 수단은 목적세폐지다 = 재경부가 목적세폐지를 추진하는 이유는 세금체계를 단순하게 만들고 재정운용도 탄력적으로 하려는 것.
세금을 거둬 매년 가장 급한 곳부터 배정하는게 순리인데 처음부터 칸막이를 쳐 세금의 용도를 정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않는다는 지적이다. 교육, 농어촌,SOC등의 재원도 이젠 매년 예산편성때마다 사업의 긴급성과 중요성을 평가, 적절히 예산을 배분받아야 한다는 것.
이윤호(李允鎬)LG경제연구원장은 『지금은 부족한 재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목적세 폐지같은 개혁이 부처이기주의와 정치논리에 밀려 사장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3종의 목적세를 폐지하면 원칙적으론 30여개 개별법을 함께 개정해야 한다.
세수보전을 위해 목적세분 만큼 목적세가 부과된 일반세금의 세율을 인상해야하고 교통세의 경우는 특소세로 통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법률을 일일이 개정하기보다 임시조치법을 새로 제정, 일괄처리하는 편이 사안의 중요성으로 볼 때 합리적이라는게 재경부 판단이다. 법 명칭이 「조세체계의 간소화에 따른 세법및 특별회계법등의 조정에 관한 임시조치법」으로 길어진 것도 그 때문이다.
◆해당 부처의 저항이 여전하다 = 우선 3종의 목적세 가운데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교통세는 논란의 여지가 적다.
교통세 전액이 교통시설특별회계로 전입돼 도로나 지하철건설 투자재원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인데 휘발유·경유와 관련없는 신공항이나 고속철도 건설에 쓰이는등 과세의 정당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교통세 폐지에 대한 건설교통부의 반대는 크지 않다.
교육세와 농특세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예산당국의 간섭없이 교육세, 농특세를 써온 교육부와 농림부는 「소외계층인 농어민을 위해」, 「백년대계인 교육투자를 위해」라는 명분으로 폐지를 반대하고있다.
농협중앙회, 농민연합, 교원총연합회등은 이미 재경부등에 목적세폐지 반대를 위한 진정서를 냈고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재경부가 『목적세 폐지후에도 예산배정은 종전과 마찬가지 규모가 될 것』이라며 설득하고 있으나 해당부처는 재원마련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는 실정.
◆목적세폐지는 올해안에 마무리해야한다 = 재경부는 이달안에 정부가 취해야할 모든 절차를 끝내야한다는 입장. 오는 22일 차관회의에 올려 확정한 뒤 2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안으로 의결, 11월초 국회에 제출하는 일정을 짜놓았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의 위기감이 고조돼있을 때 재정개혁의 첫단추를 꿰지않으면 기득권층의 반발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김진표(金振杓)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은 『올해 목적세폐지를 관철하지 않으면 표를 의식하는 정치권의 생리로 볼 때 총선을 앞둔 99년에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며 『세제(稅制)를 정상화하고 재정운용을 합리화하는 조치를 더이상 미룰 수 없다』고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손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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