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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밥에만 관심있는 정치권

정치권에 새로운 핫 이슈가 등장했다. 여야가 내년 17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 획정 협상에 착수한 것이다. 여야는 이번주 중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지난 2001년 10월 헌법재판소가 현재 국회의원 지역구 인구편차인 3.88대1이 선거권의 평등을 저해한다며 선거법을 개정하도록 한 데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현재 국회의원 선거는 각 지역구에서 의원 1명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다. 현행 제도대로라면 예를 들어 인구 38만8,000명인 지역구나 인구 10만명인 지역구나 똑같이 의원 1명을 선출하게 된다. 헌법재판소는 이것이 인구가 많은 지역 주민들의 선거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보고 편차를 3대1 내외로 줄이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선거구 획정에 나서는 정치권은 선거권 제한 해소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획정위원회를 구성하기도 전부터 국회의원 숫자를 늘린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현재 273석인 의석을 290석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에 대해 선거구획정위원인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기능이 확대된 행정부를 효율적으로 감시ㆍ견제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국민이 몇이나 될까. 지난 4월 임시국회 본회의장으로 돌아가보자. 법안처리가 한창인 시간, 본회의장 의석은 절반 정도밖에 차지 않았다. 회의 진행을 맡은 국회의장은 법안 1건을 처리할 때마다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애를 먹었다. 같은 시간 국회 앞마당. 한 여당 의원은 국회로 초청한 지역구 주민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상임위 활동도 마찬가지다. 정부 당국자를 불러 각종 현안과 정책등에 대해 질의를 하는 자리지만 많은 의원들은 자기 질의를 마친 후 하나 둘 자리를 뜬다. 질의 순서가 뒤에 잡힌 의원은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다가 순서가 됐다는 보좌관의 전화를 받고서야 허겁지겁 회의장에 들어선다. 매번 국회가 열릴 때마다 반복돼온 우리 국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이번 선거구획정은 국민들의 선거권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잔치판이 아니라는 말이다. 국민적 공감대 없이 의석수를 늘리려는 시도에 대해 국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다. <임동석 기자(정치부) freud@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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