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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위해선 '적과의 동침'도 예사

■ 재계 '공생경영' 확산삼성-LG 가전 상호 OEM판매로 협력물꼬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있다. 서로 싸우면서 한편으로는 협력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정치세계도 그렇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재계에도 '영원한 적과 영원한 아군'이라는 개념이 없어진 지 오래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피아(彼我)' 구분이 무용지물인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재계의 공생(共生)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그래서 공생의 대상과 범위 또한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기업들의 제휴를 통한 공생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 '적과의 동침'도 불사 기업간 공생의 가장 적극적인 사례가 '적과의 동침'이다. 겉으로는 서로 으르렁거리는 것 같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서로 협력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가 가전업계 라이벌인 LG전자와 삼성전자. 두 회사는 지난해 7월 식기세척기와 가스오븐레인지ㆍ디지털캠코더 일부 모델에 한해 서로 상대방 제품에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파는 상호 OEM 판매를 시작,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이 실험이 예상외로 좋은 성과를 내자 양사는 품목을 중대형 가전으로 확대하는 한편 한단계 더 나아가 공동배송 형태로 물류공동화 협력을 추진 중이다. 즉 삼성전자 수송차량이 수원공장에서 TV를 싣고 부산 지역 물류센터로 내려갈 경우 지금까지는 공차(空車)로 올라왔지만 공동배송이 되면 LG전자 창원공장에 들러 세탁기를 싣고 서울로 올라온다는 것. 중복투자로 인해 불필요한 고비용 구조를 낳고 있는 물류체계를 정비, 비용을 절감하자는 차원이다. LG전자 마케팅팀의 한 관계자는 " 서로의 취약점을 보완해주는 '건전한 협력관계'로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공생방안이 모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의 KTF과 LG텔레콤의 공조도 눈에 띈다. 이들의 협력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오는 4일부터 636개 기지국 로밍 사용에 들어간다. 이미 양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기지국 설비가 부족한 시 외곽지역 282여곳의 통신설비를 2년간 공동 활용하고 있으며 이번에 규모를 늘려 서비스 최적화에 노력하기로 했다. 휴대폰 지불결제 서비스를 두고는 SK텔레콤과 LG텔레콤이 손을 잡기도 했다. 철근업체간에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위해 제품 교환판매가 활발하다. 한보철강ㆍ환영철강ㆍ㈜한보 등은 쓸데없는 경쟁을 피하기 위해 제품 규격별 생산을 달리하고 수요사들을 대상으로 부족한 제품은 교환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공장을 이웃하고 있는 삼성종합화학과 현대석유화학도 나프타 공동구매, 일부 재고를 수시로 상호 교환하는 등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 이(異)업종간 제휴로 시너지효과 노린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공동 마케팅 추진은 이업종간 협력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이건희 삼성 회장의 회동 이후 양사는 삼성전자 노트북 4,000대, 현대차 에쿠스 99대를 상호 구매했다. 이어 뉴그랜저XGㆍ클릭 등 신차발표회 때마다 삼성전자가 공동 마케팅을 펼치는 등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김치업계와 김치냉장고 메이커의 밀월관계는 훨씬 적극적이다. 만도공조는 동원김치, 삼성전자는 풀무원김치, LG전자는 두산의 종가집김치와 손잡고 있다. 대우차와 LG의 공동마케팅도 눈에 띈다. 대우차는 LG카드와 포인트 적립 서비스, 오토리스 서비스를 같이 실시하고 있고 LG화재ㆍLG칼텍스정유와도 협력하고 있다. 애경산업과 대웅제약도 업무제휴를 맺고 각각 곰팡이제거제 '팡이제로'와 입술보호제 '챕스틱'을 상대방의 유통망을 통해 판매 중이다. ▶ 협력업체는 영원한 동지 협력업체는 영원한 동반자다. 효성은 스펀덱스 제품인 '크레오라'를 스포츠의류 메이커인 프로스펙스와 공동마케팅을 펴고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들이 입는 프로스펙스 외출복 가운데 크레오라 로고를 찍어 공동 브랜드 마케팅을 했다. 폴리에스터 전문기업인 휴비스 역시 고객사들과 함께 제품 공동개발은 물론 해외 유수 박람회에 함께 참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면 어제까지 싸웠던 적과도 오늘은 동지가 될 수 있는 시대"라며 "특히 앞으로 서로의 경쟁우위 분야를 합쳐 윈ㆍ윈하는 형태의 협력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ㆍ정보과학부ㆍ생활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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