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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신사 공자금투입 순서가 틀렸다
입력2003-09-21 00:00:00
수정
2003.09.21 00:00:00
금융권 구조조정의 마지막 늪지대인 투신권에 또다시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될 전망이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현대투신 등 3개 투신사의 부실을 해소하기 위해 소요될 공적자금은 최대 5조원 대에 이른다고 한다. 1999년~2000년 사이에 이미 7조7,000억원이 투입됐으므로 추가투입 규모를 포함하면 12조원대에 이른다.
결론부터 말해 투신사에 대한 공자금 투입은 순서가 틀렸다고 본다. 7조7,000억원이 투입됐음에도 부실이 오히려 늘어났다면 추가 투입이 마찬가지 결과가 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렇게 안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담보하는 것이 공자금 투입에 선행돼야 할 일이다. 그 같은 부실해소책이 없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이라면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청산절차를 밟는 것이 오히려 증시 안정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공자금은 두차례에 걸쳐 조성돼 회수분의 재투입을 포함해 160조원이 투입됐고, 이중 36%가 회수된 상태다. 그러나 예금보험공사가 공자금 조성을 위해 발행한 예보채 중에서 만기도래분을 상환하고 남은 자금은 3조원대에 불과하고 이미 용도가 정해진 자금이 2조원에 이르러 가용재원은 1조원이 못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예보채를 추가로 발행, 공적자금을 새로 조성해야 한다. 이는 2차조성 당시 더 이상의 추가조성은 없다는 정부의 약속에도 배치되는 것이다.
외환위기 상황에서 예금보호대상도 아닌 투신사의 투자자금을 국민 혈세로 보호해준 것은 증시와 금융시장의 불안, 그리고 대외신인도의 추락을 막기위한 고육책이었다고 하나 그것은 투신사들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 원인이 되었다고 본다.
그 단적인 예가 3개 투신사의 경영개선이행약정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임직원수가 전혀 줄지 않았고, 인건비 등 경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부실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에 대한 징계도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합병논의에 대해 실익이 없다고 강변하는 두 회사의 주장은 전형적인 집단이기주의의 발로다. 청산이 아니면 합병을 해서라도 부실을 줄이려는 자구노력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는 이미 내년도 예산을 짜면서 내년도에 일반회계에서 갚기로 한 공적자금 2조원의 상환을 뒤로 미루고 대신 국채를 발행키로 했다. 여기에 3차공적자금까지 조성된다면 공자금의 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후대의 빚으로 넘기는 공자금의 규모가 자꾸 커지고, 상환기간도 자꾸 늘어나게 된다. 투신사의 구조조정 방안을 만든 다음 공자금 투입을 논의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우현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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