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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핫이슈] 다시 찾아온 인플레 유령 세계경제 ‘더블딥’ 우려
입력2003-02-23 00:00:00
수정
2003.02.23 00:00:00
저 멀리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듯 하던 유령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디플레이션(물가하락)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세상을 뒤엎었음을 생각하면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모건스탠리 증권에 이어 메릴린치 등 유명한 미국의 투자 은행들이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을 높인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들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이 또 한번 바뀌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이렇듯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갑자기 높아지게 된 것은 다름이 아니라 국제유가의 급상승 때문이다. 주요 에너지 가격을 가중 평균한 CRB 에너지 가격지수를 기준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50% 이상 급등한 것은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물가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미국의 생산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무려 1.6% 상승했으며, 에너지 및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 생산자물가도 0.9% 오르는 등 이미 인플레이션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원유가격의 상승에서 시작된 물가상승이 더블-딥의 가능성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먼저 근로자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고용계약은 1년 혹은 2년 단위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임금 수준은 고정되어 있는 반면 물가상승으로 인한 실질소득의 감소는 직접적으로 이뤄지게 된다. 실질 소득의 감소는 곧 소비둔화로 이어진다.
또 물가상승은 부의 분배를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물가상승은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에겐 이익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상당수의 저소득층은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기 마련이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부유층의 소비성향, 다시 말해 소득대비 소비의 비중은 낮은 반면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은 매우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의 소득감소는 바로 소비감소로 연결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물가상승은 중앙은행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를 낳는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비롯한 전세계의 중앙은행들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저금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최종 목표가 `통화가치의 안정` 혹은 `물가안정`에 있는 만큼 물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저금리 기조를 장기간 끌고 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북한 핵개발 문제와 대 이라크 전쟁, 그리고 신정부의 출범 등 어느 때보다 복합적인 재료가 얽혀 있는 현 장세를 푸는 출발점은 바로 국제유가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지난 2000년의 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나 91년의 걸프전과 같이 전쟁의 시작과 함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든다면 금융시장은 더블-딥에 대한 우려를 일거에 떨쳐버릴 수 있는 호재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판단하기 이른 시점이다. 이라크의 주변 국가들은 아직 전쟁에 대해 미온적이며 가장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터키와의 군사시설 이용에 대한 협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아직 불확실성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유가의 동향을 `투자판단의 잣대`로 삼는 보수적인 자세를 갖추는 것이 가장 무난한 투자전략이 될 것 같다.
<홍춘욱 한화투신운용 투자전략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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