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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2%P 오르고 집값 10% 하락땐… 부실 부채 155만가구 240조

■ 한은 금융안정보고서 들여다보니

고소득 자산 5분위 가구 위험비중도 11.9%로 뛰어<br>高 LTV대출 70% 급증… 좀비기업 5년새 600개 늘어<br>원리금 갚는데 소득 3분의1 써 소비여력은 갈수록 뚝


30일 한국은행의 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금리가 2%포인트 오르고 집값이 10% 빠지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장 여유가 있는 계층인 자산 5분위 가구의 위험 가구 비중이 11.9%나 되는 것으로 집계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복합 충격이 나타나면 그 어떤 계층도 안심하기 어려움을 보여준다. 특히 최근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높게 적용된 대출이 급증한 점, 소득의 근 30%가 원리금 상환에 들어가고 있는 점 등은 침체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주름을 더욱 늘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대출뿐만 아니라 기업 여신에서도 구멍이 많이 발견됐다. 금융이 실물경제 지원에 활용되기보다는 이른바 '좀비 기업'의 연명을 도와주는 역할에 머물고 있음이 드러난 것. 실제 극심한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기업은 5년 새 약 600개나 증가했다. 그나마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기업도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증가한 가계대출의 대부분 고(高) LTV=일단 고 LTV 대출이 급증했다. 한은이 9개 국내 은행을 조사한 결과 LTV 60~70% 구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 4월 말 현재 지난해 8월 말보다 67.3% 불어났다. 8개월간 증가한 주담대의 98.4%가 LTV 60~70% 구간 대출이었다. 반면 LTV 50~60% 구간 주담대 잔액은 14.5% 감소했다. 한은은 "LTV 50~60% 구간에 있던 기존 대출자가 추가 대출을 받거나 최근 주택을 구입한 30~40대가 규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해 주담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0억원짜리 집을 담보로 5억~6억원을 대출받는 사람은 줄고 6억~7억원을 대출받는 사람이 크게 불었다는 뜻이다. 그만큼 가계부채의 안정성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소득의 3분의1은 원리금 상환에=이런 가운데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상환비율은 지난해 4·4분기 중 37.7%로 전년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100만원의 돈을 버는 사람이 이전에는 36만6,000원을 원리금 상환에 썼지만 이제는 37만7,000원을 내고 있다는 의미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으로 이자비용이 줄어들었을 법도 하지만 신규 대출 및 원금 상환 증가로 가계의 빚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이는 소비 감소로 이어졌다. 가계소득 대비 지출 비율은 올 1·4분기 77.5%로 전년보다 1.8%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100만원을 벌면 79만3,000원을 썼지만 이제는 77만5,000원밖에 못 쓰고 있다는 얘기다.



◇좀비 기업, 5년 새 600개 급증=가계가 막대한 빚에 눌린 가운데 기업도 휘청거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좀비 기업의 급증.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지 못한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3,295개로 약 600개나 증가했다. 전체 기업 중 좀비 기업의 비중도 같은 기간 12.8%에서 15.2%로 껑충 뛰었다. 저금리에 낮은 금리로 돈을 조달해 연명하는 기업이 불어나고 있는 것으로 향후 시중금리가 상승하면 줄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

기업의 성장성과 경영 효율성도 악화했다. 기업 매출액증가율은 지난해 -1.5%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1%)보다도 안 좋았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4.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내렸다. 이 역시 2009년(5.8%)보다도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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