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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진단] 90% "돌아올 생각없다"… '유턴 특구' 등 실질적 유인책 시급

■ 애플도 유턴하는데 꿈쩍않는 한국기업<br>기업환경 개선 정책으로 美 절반 복귀 고려 불구 국내업체는 꿈도 안꿔<br>공장 설립 등 규제 풀고 세제·운전자금 지원 필요


세계적 경영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매출액 10억달러가 넘는 미국의 대형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 10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전체 응답자의 37%가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계획을 세우고 있거나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는 것. 특히 매출액 100억달러 이상의 초대형 기업의 경우 무려 절반에 육박하는 48%가 해외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이전할 계획이거나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결과는 사뭇 다르게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상위 1,000대 기업 내 해외 사업장을 보유한 274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146개사 응답) 국내로의 유턴을 고려하고 있다는 곳은 단 한 곳(0.7%)뿐이었다. 국내사정이 개선되거나 해외 현지사정이 악화될 경우 유턴을 고려해보겠다는 조건부식 응답 역시 9.6%에 그쳤다. 반면 한국으로의 유턴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기업은 무려 89.7%에 달했다. 결국 해외 사업장을 둔 국내 기업 10곳 중 9곳은 한국으로 돌아갈 뜻이 전혀 없다는 셈이다.

◇기업을 되돌아오게 만드는 미국의 원동력=지난 3월 세계 최대 검색업체 구글은 안경처럼 착용할 수 있는 컴퓨터 '구글 글라스'의 제조공장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짓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구글 글라스는 눈에 보이는 모습 그대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기기로 스마트폰과 연동해 문자를 보낼 수 있고 인터넷 검색도 가능한 구글의 야심작이다. 이에 앞서 5월에는 모토로라가 미국 텍사스공장에서 스마트폰 '모토X'를 조립,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영토 안에서 스마트폰이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밖에 월풀ㆍ오티스ㆍ캐터필러ㆍ콜맨 등도 해외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다시 옮겼거나 이전할 방침이다.

거대 미국 기업들이 자국으로 발길을 돌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 조정 정책'이 크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말 "미래의 제조업 혁명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제품이 이끌 것"이라며 "미국 내 생산기업에는 공장 이전 비용의 20%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아울러 미국은 법인세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28%로 낮추고 제조업체의 경우 25%의 특별세율을 적용하는 등 각종 세제혜택도 아끼지 않고 있다.

재계단체의 한 고위임원은 "이 같은 정부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구축은 경영의 스피드로 연결된다"며 "속도전이 필요한 요즘 이 같은 환경 조성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리쇼어링으로 대변되는 미국 정부의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 정책이 거대 굴지 기업의 마음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등 해외 공장의 원가 경쟁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 내 셰일가스 생산이 본격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한국 기업, 해법은=최근 제조업체들의 유턴 행렬이 줄을 잇고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국내 복귀를 준비 중인 기업들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2000년대 초반 저렴한 노동력을 찾아 중국에 공장을 세운 한 국내 제조업체의 경우 최근 환율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제조원가가 한국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더욱이 한국의 10배에 달하는 불량률을 따져보면 사실상 중국 생산의 메리트가 사라진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로 다시 생산기지를 옮기는 것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

이유는 국내에서 기업하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경직된 노사 관계, 높은 토지비 등 외적인 요인도 작용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말뿐인 규제완화와 반기업정서 확산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가장 중요한 것이 기업들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리지 않으면 비용ㆍ세금 상의 정책적인 지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전경련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절반에 가까운 47.6%는 국내 기업의 유턴을 촉진하기 위한 과제로 기업경영 규제, 공장설립 규제, 적합업종 강제화 등 각종 규제 해소를 첫손에 꼽았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을 가로막는 각종 규제의 덫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해외로 떠난 기업들을 다시 불러올 수 없다는 지적이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현실을 보면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불합리한 규제들이 잇따라 생겨나고 있다"며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 기업인들도 현재 정부가 생산해내는 각종 규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좀 더 미세적인 정책도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부진한 경제자유구역을 '유턴 특구'로 지정해 국내로 돌아오는 기업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대지진의 피해를 입은 동일본 지역을 '부흥특구'로 정해 유턴기업 유치에 앞장서고 있다.

노영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자유구역에 각종 지원은 물론 규제 제외 혜택을 주고 있지만 정작 외국인이 투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외국인 투자지역에 투자하고 싶지만 규정에 묶여 못하는 한국 기업들을 유치한다면 제조업 부흥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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