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생산력의 기준이 한 시간에 얼마나 많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얼마나 고객 만족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결국 미래 사회에서는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혁신이 기업의 성패를 가를 것입니다."
손성원(사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는 오는 21일 개막하는 '서울포럼 2014, 기술이 미래다-창조·융합·도전'을 앞두고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전화 인터뷰에서 기술혁신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의 구매 경로가 국경을 뛰어넘어 한층 확장되면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과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고객 만족을 위한 기술혁신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손 교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경제학자로 지난 1973년부터 미국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다. 이후 30년간 미국에서 세번째로 큰 은행인 웰스파고은행에서 근무하며 정확한 경제전망으로 명성을 쌓아 수석부행장까지 지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경제전문가' 순위에서 2006년 1위, 2011년 3위에 오르는 등 세계 경제를 바라보는 탁월한 혜안과 분석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손 교수는 서울포럼 둘째날인 22일 '도전' 세션의 기조강연자로 나서 글로벌 경제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저성장에서 탈출하기 위한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인터뷰에서 손 교수는 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진단해달라는 요청에 먼저 세계 경제의 흐름을 냉철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 경제를 큰 바다에 비유한다면 거기에 속해 있는 한국도 바다의 물결을 거스를 순 없다"며 "세계 경제는 고령화에 따른 노동인구 감소와 인터넷의 뒤를 이을 신기술의 부재로 과거 산업혁명 때와 같은 거대한 '이노베이션'을 기대하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세계 경제의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통화량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가 위축되는 '디플레이션'을 꼽았다. 그는 "디플레이션은 사람들이 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해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문제"라며 "미국과 유럽·일본 등도 모두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의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심각한 위기에 부딪힐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는 "한국은 지난 50년간 조선·화학·자동차·정보기술(IT) 등에 힘입어 고속성장을 해왔지만 앞으로 50년은 무엇으로 먹고살아야 할지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할 때"라며 "특히 글로벌 경제의 성장둔화로 전세계 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이 점유율을 높여 성장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관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창조경제'를 화두로 꺼낸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말한다. 다만 그는 "정부가 창조경제를 통해 수년 내 성장률을 올리겠다고 말하지만 창조경제는 당장 3~4년 안에 성과가 나오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바라봐야 하는 문제"라며 단기간에 창조경제의 성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조급증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앞으로의 50년을 위한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야 할 때라는 의미다.
경제전문가로서 그는 창조경제가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다양성과 개방성을 함축한 '윔블던 효과'를 강조한다. 영국의 윔블던 대회가 세계 최고의 테니스 대회로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자국 선수의 우승을 포기하는 대신 국적과 인종에 상관없이 실력 있는 선수들을 중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경제에 성공적으로 접목한 사례로 미국의 '실리콘밸리'를 꼽았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연구인력의 35%가 외국인이고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미국 월가도 30%가 외국인들로 채워져 있다"며 "이처럼 미국은 전세계의 능력 있는 인재를 데려다 미국 사람이라고 도장을 찍어주고 잘 활용하지만 한국은 아직 외국인력에 대한 거부감이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창의성과 혁신, 개성에 기반한 창조경제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개방성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저성장 기조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단기적인 대응 방안으로 금리 인하, 원화 가치 절하, 중소기업 지원 확대 등에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그는 우선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데 한국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가 유지되고 있는데다 수요 증가가 아닌 비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은 실제 물가상승에 큰 영향이 없는 만큼 금리 인하를 통해 유동성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최근 일본이 양적완화를 앞세워 엔화 가치를 계속 내리면서 한국 수출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도 원화 가치 절하를 포함한 적극적인 환율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손 교수는 중소기업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라며 "전체 고용의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무너진다면 일자리 창출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정부의 융자 확대와 지방 소형 은행 육성을 제안했다. 손 교수는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각 지역마다 현지 중소기업의 사정을 잘 아는 소규모 은행들이 많아 중소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며 "아울러 정부가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지급보증을 늘려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약력
△1944년 광주 △플로리다주립대 졸업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 △피츠버그대 경제학 박사 △백악관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 수석이코노미스트 △미국 웰스파고은행 수석부행장 △미국 LA 한미은행장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 △월스트리트저널(WSJ) 선정 올해의 경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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