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가 법원의 적극적인 중재에 힘입어 부부관계를 회복하고 이혼의사를 접는 부부가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판사가 이혼선고를 내리기 전 4주간의 숙려기간을 두거나 상담을 권하는 식의 소극적 태도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에는 선고 자체를 미루고 강제로 상담을 받게 하는 등 적극적인 중재자로 나서면서 이혼을 줄이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19일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은 지난해 3월부터 협의이혼의사를 확인하는 자리에서 당사자의 협의가 충분하지 못하고 상담의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 상담위원에게 10회의 장기상담을 의뢰하는 하는 장기상담제도를 도입했다.
당사자들이 끝까지 거부하면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선고를 미룰 수 있는 권한이 생긴 만큼 법원의 권한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아울러 지난해 4월부터 협의이혼 상담위원 가운데 장기상담을 맡을 26명의 상담위원 명단을 확보해 장기상담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동안 법원은 협의이혼의사확인을 신청한 모든 부부에 대해 이혼에 관해 안내하면서 상담을 권고하긴 했다. 특히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별도의 추가 안내 절차를 통해 상담을 권고했다.
그러나 상담을 권고할 수 있을 뿐 이를 강제할 수 없었던데다 상담을 받을지 여부는 순전히 당사자의 자율적인 의사에 맡겨져 있었던 터라 사실상 상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2010년 서울가정법원에서 이혼 전 상담을 받은 사례는 협의이혼의사확인 신청건수의 0.68%에 불과했다.
이에 대법원은 재판부 권한으로 선고를 미루고 상담을 받게 할 수 있는 장기상담제도를 도입했고 효과는 예상보다 좋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서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완료된 장기상담 21건 가운데 협의이혼 신청 취하 건수는 13건을 기록해 부부관계 회복률이 62%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상담을 받고 이혼하는 경우에도 상담제도를 통해 자녀 양육에 문제 등과 관련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낸 사례가 많아져 이혼 당사자 간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장기상담제도의 운영 상황 등을 좀 더 지켜본 뒤 인력보강 등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장기상담제도가 이혼까지 걸리는 시간만 지연시킨다는 지적도 있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제도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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