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44로 둘 수밖에 없다. 만약 참고도의 백1로 올라서면 흑이 한걸음 앞서 흑2로 탈출한다. 흑대마를 차단하러 들면 도리어 흑에게 A로 끊겨 백이 잡힌다. 이렇게 되니 백이 얻은 것이라고는 백46으로 흑의 꼬리만 잘라먹은 것밖에 없다. 소득이 그런대로 있었지만 흑에게 반상최대의 끝내기인 흑47을 허용했으니 그리 자랑할 만한 진행이 못 된다. 이 부근에서 승부가 판가름나고 말았다. 장쉬의 승리가 확정적이라고 말하던 고마쓰 9단이 입을 다물었다. “역시 대국자가 수를 더 잘 보는군요.”(사카이 7단) 대국자가 수를 더 잘 본다는 얘기는 기훈처럼 전해내려오는 말이다. 검토실에서 여러 고수들이 합동으로 수읽기를 해가지고 만들어낸 가상도가 오류로 판명되는 일이 종종 있다. 여럿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만들어내는 것이 대국자 혼자 머릿속에서 읽어내는 수읽기를 당해내지 못한다. “그럴 수밖에 없지. 대국 당사자는 목에 칼이 들어와 있는 처지니까 비상한 집중력으로 수를 찾아내게 마련이야. 그러니 검토실의 수읽기보다 당사자의 수읽기가 더 깊을 수밖에 없어.”(서봉수 9단) 실전은 2백35수로 끝났지만 종반의 수순은 생략한다. 벼랑 끝에 몰린 명인은 제5국을 이겨서 일단 막판을 넘겼다. “이렇게 되면 장쉬도 아주 어려운 처지가 되었습니다. 대국 스케줄이 빡빡하기 때문에 신경을 쓸 일이 많거든요.”(고마쓰 9단) 보름 후인 11월 1일 고후에서 열린 제6국에서 장쉬는 통한의 반집 패배를 당하여 명인 타이틀은 제7국에서 결정나게 되었다. 183 수 이하 줄임 흑 2집 반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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