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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투명 기업회계' 강력제재 예고
입력2002-03-14 00:00:00
수정
2002.03.14 00:00:00
■ 분식회계 기업 무더기 징계적발기업 임원해임·고발등 수위 높일듯
금융감독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대기업 등 13개 기업의 분식회계 혐의를 적발,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내린 것은 앞으로 불투명한 기업회계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조치는 지난 8일 금감위 업무보고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금감위가 불공정거래자나 분식회계 기업에 대해 엄중조치했다는 말만 있고 조치는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질책한 후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도 기업들의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무거운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 증권시장 3대 범죄 뿌리뽑겠다는 금융당국
증권시장에서 불성실공시, 내부자거래, 시세조종행위는 속칭 3대 범죄라 불린다. 이러 행위는 모두 일반투자자의 희생 아래 특정 소수가 부당한 이득을 얻는 증권범죄 행위로 공정성을 저해하는 최대 걸림돌로 꼽혀왔다.
특히 기업의 분식회계는 불성실공시를 통한 주식시장의 혼탁은 물론 국내 금융시장 전반을 무너뜨린 주범으로 주목돼왔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원적인 요소로 지목돼왔다.
이에 따라 '대우그룹사태'를 시발로 분식회계 적발을 강화해온 금융당국은 올해를 '소비자보호 원년'으로 선포하고 시장에 이 같은 행위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시그널을 줄곧 보내왔다.
14일 증선위가 강력한 조치를 내린 것이 바로 이 같은 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기업들과 해당기업의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들이 현행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법률(외감법)과 기업회계기준의 불완전성을 들어 금융당국의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위가 당초 이날 오전 중 제재수위를 결정하려 했으나 오후까지 회의를 연장하며 제재수위를 최종 결정한 것도 기업과 회계법인들의 주장에 일면 수긍하는 점도 없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금감위와 금감원은 시장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인 분식회계를 뿌리뽑아 유리알 경영을 확보, 한국기업들이 제값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어 기업회계기준 개정작업과 함께 분식회계 적발기업에 대한 제재수위는 계속 강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 및 산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강력한 제2ㆍ제3의 시장투명성 조치를 내릴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기업ㆍ회계법인 반발로 진통 불가피
해당기업과 회계법인들의 주장도 현행 회계기준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자의적인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일면 수긍이 되는 대목도 없지 않다.
기업들이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우선 사업보고서 제출 당시 금융감독원 실무자의 유권해석까지 받아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는데 현재의 잣대로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조치는 부당하다는 것.
또 회계법인들은 외감법과 기업회계기준이 '합리적' '원칙적으로' 등으로 명기돼 있어 자의적인 회계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금감원도 이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올초 내놓은 '회계감리발전방안'이라는 내부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공개기업에 대한 회계공시기준 및 회계처리방법 등에 관한 통일성 및 일관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관련법제를 합리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개선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또 "외감법은 장기적으로 폐지하되 존치할 필요성이 있을 경우 외부감사의무 부여 및 그와 관련된 사항만을 규명하는 법률로 성격을 전환하고 기업회계기준은 법규가 아닌 공정타당한 회계처리준칙으로서 현재처럼 회계제도원이 제정ㆍ운영하되 금감위가 인증하는 제도를 통해 복수회계기준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금감원이 현행 규정의 미비점을 인정하고 있는 셈이어서 이번에 나타난 금감원과 기업ㆍ회계법인들의 논쟁은 회계 관련법규 및 규정 재정비 쪽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승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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