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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정책중심 잡아야 `재신임` 부작용 최소화

현재로서 상황이 호전될 가능성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갈등과 반목이 구조적으로 쉽게 수그러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지도자들부터 이해집단에 이르기까지 예외없이 모두가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 있다. 대통령과 정치권, 검찰 등 사법부, 언론은 물론 노동조합과 사용자의 이해가 갈릴대로 갈려져 있는 상태다. 위기가 발생해도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은 찾아볼 수가 없고 힘을 모으려는 계층도 없다. 오히려 재신임이 공론화된 후 이 같은 갈등은 더욱 증폭되고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대통령이 재신임을 밝힌 이후 `빠른 시일 안에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던 야당은 대통령이 그렇게 한다는 의사를 비추자 입장을 바꾸고 있다. `총선과 결부해야 한다`, `하야가 마땅하다` 등의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내년 4월 총선까지 `재신임 정국`이 이어질 경우 국론분열 양상은 연말까지 3개월이 아니라 6개월로 길어질 수도 있는 분위기다. ◇민생고와 국민불안 더욱 증폭=외환위기 후 절대빈곤층이 2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은 국민들의 얼마나 황폐화하고 있는가의 상징이다. 날로 늘어만 가는 사교육비를 들여 공부시킨 젊은이들은 대학을 졸업해도 갈 곳이 없고 한창 자라나는 자식들을 둔 40,50대의 가장은 직장에서 내몰리고 있다. 폐농으로 썰렁한 농촌은 물론 도시에도 희망을 상실한 노숙자가 다시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관심은 오로지 총선이라는 `젯밥`에만 쏠려 있다. 태풍 `매미` 피해 복구를 위한 2차 추경예산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한 지 10일이 지났지만 언제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기약할 수도 없다. 특히 위도 원전수거물처리장 건설, 이라크 파병, 지방분권화 계획, 신용불량자 문제, 신행정수도 이전, 동북아경제중심 구축, 부동산가격 안정대책 시행,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추진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체적인 국정난맥상과 리더십 부재의 결과를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경제는 갈수록 더욱 꼬이고…=무엇보다 국제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 한국신용평가의 한 관계자는 “국내기업을 평가할 때 `비계량적 항목`중에서 가장 중시하는 게 `경영권의 안정` 여부”라며 “국제적 신용평가기관들도 `정권의 안정`을 비중있게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디스나 S&P사 같은 국제적 신용평가회사들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뉴욕시장에서 거래되는 외평채 가산금리가 주초반 어떻게 형성될지도 걱정이다. 4분기 연속 감소세인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에도 나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설비투자와 내수소비는 더욱 문제다. 지난 8월 전년동월대비 각각 7.8%와 2.7%씩 감소한 설비투자와 내수소비가 정치적 불안으로 회복되기 어렵게 됐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아진 마당에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어디 있겠냐”며 “재신임 정국이 국내기업의 한국탈출을 가속하는 계기로 작용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흔들리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설비투자가 줄며 소비침체가 이어지면 경제는 더 이상 기대할 곳이 없어지게 된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제는 불확실성의 증폭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대통령 재신임과 내각 총사표 제출 등의 사건들은 당분간 우리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중심잡고 정책일관성 유지해야=`국무위원 전원 사표 제출후 반려`라는 곡절을 겪은 각 부처 장관들의 업무추진력도 약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거대 야당의 협조없이는 국정과 민생을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느 때보다 정부의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적 리더십 약화와 국론 분열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행정시스템이라는 점에서다. 정문건 전무는 “시장자율이 완전히 자리잡지 못하고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실에서 그나마 경제를 챙길 여력이 있는 곳은 정부뿐이다”며 “정부가 중심을 잡고 정책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연구위원은 “여야정 협의체를 더욱 발전시켜 경제부문 만큼의 여야가 공동책임지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재신임 정국으로 인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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