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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14명중 10명 총장으로 재정로비·구조조정 방패역할

■ 교피아 실태 어떻길래


교육부에 재직 중이던 A씨는 올해 초 B 대학의 교수로 임용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A씨가 교수로 임용된 시점이 명예퇴직을 한 바로 다음날이었기 때문이다. B대학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록을 공개한 한 교육계 인사는 "회의록에 따르면 A씨는 1월에 B대학 교수로 임용됐는데 이때는 A씨가 교육부에 재직 중인 시점이어서 교수 임용은 부적절하다"며 "특히 공백 기간을 하루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전 취업을 진행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인사는 "A씨는 2012년 7월까지 전문대학과에 근무해 각종 전문대학 관련 인허가 사항을 다뤘는데 전문대학과에 근무하고 다른 과에 1년간 근무한 뒤 전문대로 취업한 것은 취업을 위해 과를 세탁한 것 아니냐"며 "공직자로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교육부 퇴직 공무원이 사립대 총장이나 부총장으로 가는 일명 교피아(교육부 공무원+마피아 합성어)를 법적으로 금지하기로 한 것은 교육부 공무원들이 퇴직 후 대학으로 낙하선처럼 내려가면서 생기는 각종 폐단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교육부 차관직을 역임한 14명 중 10명이 사립대 대학 총장도 역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상권·최희선·서범석·김영식·이기우·이종서·우형식·설동근·김응권 등 전 교육부 차관 9명은 광주여대와 중부대, 오산대, 관동대 등 9개 대학에서 대학 총장으로 근무했거나 근무하고 있다. 교육부 차관 출신인 서남수 현 교육부 장관 또한 장관 임명 전 약 6개월간 위덕대 총장을 역임했다. 나승일 현 교육부 차관을 제외하면 13명 중 10명으로 무려 77%의 교육부 차관이 대학 총장으로 재취업했다는 뜻이다. 교육부 출신 공무원들이 대학으로 내려가서 공직에서 쌓은 경험을 활용하면 좋은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실제 이들 교피아는 교육부가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로비스트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 만성적자와 재정난에 허덕이는 일부 사립대의 입장에서 교피아가 반가운 이유다. 실제로 유 의원실에 따르면 동명대의 경우 설동근 전 차관이 총장으로 취임한 후 33억원에 그치던 재정지원사업 액수가 121억원으로 3배 이상 늘었으며 오산대도 서범석 차관이 취임한 후 14억원이던 예산이 54억원으로 4배가량 늘었다. 이밖에 우형식 전 차관이 취임한 금오공대의 재정지원 사업 액수도 384억원에서 445억원으로 61억원, 서남수 현 장관이 취임했던 위덕대도 14억원에서 26억원으로 12억원가량 늘었다. 재정지원사업에서 특혜를 받는 것 외에 대학구조조정이나 정부의 감사 등으로부터 부실대학을 대변하는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부실대학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도 하루 이틀 불거진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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