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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질개선 불구 교역구조 고질적 취약
입력2002-10-31 00:00:00
수정
2002.10.31 00:00:00
■ 對日 무역적자 확대기계류이어 소비재 수입까지 늘어 더 심화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외환위기 이후 체질 개선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취약점은 그대로 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중남미 등에 대해서는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반면 일본, 중동에 대해서는 적자를 보고 있다.
올들어 9월까지 중동에 대한 무역적자는 9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나 감소했다. 하지만 대일 무역적자는 올들어 크게 늘어 9월말 현재 이미 지난해 연간적자 규모를 넘어섰다.
대일 무역적자 확대는 안팎으로 두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첫째 대일적자를 다른 국가들에 대한 수출로 메우는 과정에서 특정지역에 소나기식 물량 퍼붓기에 나설 수 밖에 없고 결국 수입규제를 당하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두번째는 보다 심각한 문제다.
외환위기의 뿌리가 한일 수교후 32년간 쌓이고 쌓인 대일적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에서 다시 늘기 시작한 대일역조는 우리경제의 뿌리를 야금 야금 파먹어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산업구조상 대일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데다 일본의 장기 불황으로 대일 수출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올해 성장률이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일본 경제는 지지부진해 수입수요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근원적인 대책으로 부품ㆍ소재산업 육성책을 펴고 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국내경기회복ㆍ일본침체로 역조심화
일본경제는 수입을 줄일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10년간의 장기불황 탓. 우리의 대일 수출도 크게 줄어들었다. 올들어 9월까지 대일 수출은 110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나 감소했다.
반면 국내경제는 일본경제에 비해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부 업종에서 지난해 말부터 경기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중간재 및 자본재 수요도 늘어나면서 대일 수입도 누증하는 추세다.
올들어 기계류와 정밀기기 수입규모는 45억9,000만달러로 전년동기보다 2% 늘어났다. 한은 관계자는 "모터 등 기계류의 경우 아직 국산화 비율이 낮아 국내 수요 가운데 상당 물량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생산과 수출에는 기여도가 낮은 소비재 수입까지 급증하면서 역조를 심화시키고 있다.
▶ 대일 무역역조 계속 이어질 듯
당분간 대일적자는 불가피해 보인다. 박양섭 무역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우리 경제는 내년에도 잠재성장률(5%)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는 반면 일본경제는 여전히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무역역조현상도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전체적인 경상수지가 흑자기조를 이어가지 못하고 적자로 돌아설 경우 대일 무역역조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위원은 "근본 대책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등 국내산업의 구조 고도화 노력을 지속하면서 부품ㆍ소재산업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문제는 여기에 시간과 돈, 인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막대한 자본과 함께 일관성 있는 정책의지, 대일적자에서 벗어나겠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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