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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새해부터 조선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업계 1·2위인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임단협도 마무리 짓지 못하고 해를 넘긴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통상임금 지급 범위를 넓혀달라며 파업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현대·삼성중공업의 경우 기본급이나 성과급 인상과 더불어 통상임금 문제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노사갈등이 연중 상시화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조선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조선업계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게 유일한 해법인 상황인데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저유가보다 더 무서운 게 노사갈등"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1년 이후 24년 만에 파업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 노조는 쟁의행위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96.4%의 찬성률을 나타냈다고 13일 밝혔다. 노조 입장에서는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을 얻은 것이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국내 조선업계 '빅3' 중 유일하게 큰 잡음 없이 임단협을 통과시켜 경쟁업체 대비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경영실적 역시 초대형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중심으로 성과를 내 역시 유일하게 연초에 세웠던 수주목표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통상임금에 따른 노사갈등이 표면화하고 있어 올해는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조선업계의 평가다. 이 회사 노조는 총 800%의 상여금 전부를 통상임금에 반영시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설·추석 상여금 200%는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의 협상 결과를 봐가며 따로 논의하기로 지난해 노사 합의를 이룬 문제"라며 "시간을 두고 협상을 진행해가겠다"고 밝혔다.
조선업계는 선박 가격이 상승세를 보였던 2013년 하반기에 수주한 물량들이 올해 순차적으로 인도를 앞두고 있어 그나마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해왔다. 하지만 파업에 따른 조업 차질이 현실화할 경우 저유가에 따른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와 맞물려 영업이익이 곤두박질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부터 노사갈등에 따른 부분파업을 되풀이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역시 문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올 초 노사가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내놓으며 사태 해결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노조가 이를 부결시키면서 노사 협상이 또다시 미궁에 빠졌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인력구조를 개선해나갈 계획인데 임단협 문제가 진전을 보이지 않아 전체 구조조정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이 밖에 삼성중공업 역시 파업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회사 노동자협의회는 매년 200%씩 지급하던 생산성목표인센티브(TAI)를 사실상 고정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사측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미 세 차례에 걸쳐 상경투쟁을 실시했고 파업까지 불사할 수 있다는 강경론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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