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시장에서 신성장동력을 찾아라.’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통신업계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업체들은 하나 둘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해외시장을 ‘블루오션’으로 삼아 글로벌시장 개척이라는 멀고도 험한 장도에 나선 것이다. 이제는 통신산업도 ‘글로벌 시대’로 불린다. 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상당수 해외 통신업체들은 글로벌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양한 컨버전스가 진행되면서 통신ㆍ단말기ㆍ콘텐츠 업체들간 합종연횡도 수시로 이뤄지고 있다. 통신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확대되면 단말기ㆍ콘텐츠ㆍ장비 등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걸쳐 연관산업의 동반진출을 이룰 수 있다. 이는 전반적인 IT산업 활성화로 이어지게 된다. 하지만 해외시장에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각 나라의 특색에 맞는 현지화 작업과 차별화 전략 등 아직 남아 있는 과제들도 많다. 서울경제는 3회에 걸쳐 국내 통신사들의 해외시장 개척과 파급효과,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 등을 소개한다.』 김신배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에릭 슈미트 구글 최고경영자(CEO),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등 세계를 선도하는 IT대표들과 만나 미래 IT의 발전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이제는 국내 IT리더가 글로벌 IT리더와 스킨십을 나누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졌다. 오히려 앞으로는 글로벌 IT리더의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사장은 “MSㆍ애플 등 글로벌 플레이어가 경쟁자인 이상 국내에서의 경쟁은 의미가 없다”며 “글로벌 해외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시장 포화, 새로운 수익성 발굴=국내 이동통신 가입 인구는 지난 4월 말로 4,1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인구(4,840만명) 대비 가입자 수(4,140만명)가 85.6%에 이를 정도다. 시장이 포화되면서 통신서비스 산업의 정체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통신서비스 산업은 2004년 3.4%, 2005년 2.2% 등 2003년 이후 성장률이 5% 미만으로 감소하면서 총 매출 38조원대의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IT산업 가치사슬 내 핵심인 통신서비스 산업의 성장이 정체된다면 관련 산업으로의 파급이 커질 우려가 제기된다. 업체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한정된 국내시장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보다는 해외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사례를 봐도 이미 자국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통신업체들이 많다. 자국 시장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투자ㆍ제휴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진출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보다폰,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등의 이동통신사는 대부분의 가입자를 해외에서 확보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싱가포르의 싱텔은 해외 가입자가 국내 가입자의 10배나 된다. 반면 국내 업체들의 경우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 ◇새로운 시장에 뿌리내린다=통신산업은 공익적 성격이 강한데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상 해외 사업체의 직접 진출이 쉽지만은 않다. 특히 해외시장에 사업권을 획득하는 것은 물론 현지업체들과 경쟁을 벌이는 것도 수월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글로벌 이통사들은 지분취득이나 지분 맞교환 등의 방법으로 경영권을 얻거나 현지 통신업체들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법으로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보다폰이나 싱텔 등은 지분 맞교환으로 해외시장에 뿌리내린 대표적 기업들이다. 보다폰은 유럽과 과거 유럽의 식민지 국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했고 싱텔 역시 화교세력이 강한 동남아시아를 대상으로 글로벌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현지화가 쉬운 곳을 집중 공략하는 방법을 펼친 것이다. 국내 사업자들도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으면서도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신사업자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SK텔레콤은 2003년 베트남에 합작사 S폰을 세웠으며 지난해에는 중국 차이나유니콤의 전환사채를 10억달러에 매입했다. 또한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의 통신사업자 어스링크와 합작해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힐리오’를 설립하며 이동통신 종주국인 미국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KT도 러시아의 NTC를 인수하면서 블라디보스토크 지역에서 1위 사업자로 부상했으며 몽골에서도 몽골리아텔레콤의 지분 40%를 획득하며 한반도 주변으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KTF 역시 인도네시아의 이동통신사업자인 프리콘(지분 19.9%)과 모바일-8(지분 2.55%)에 투자했다. ◇글로벌 업체들 합종연횡 강화=직접적인 해외진출과 함께 해외 이동통신사들과 글로벌 통신동맹을 맺고 영향력을 키워가는 것도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유력한 방법이다. 통신동맹을 맺게 되면 로밍 국가의 확대는 물론 단말기 공동 구매, 콘텐츠와 신규 서비스 개발 등에서 보조를 맞출 수 있다. 자신의 가입자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이통사들의 합종연횡은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글로벌 통신동맹은 보다폰 계열의 독주를 막기 위한 유럽 주요 이동통신사들의 견제에서 태동됐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독일의 T모바일 등 유럽 주요 국가 1위 사업자들이 결성한 ‘프리무브’가 대표적이다. 아시아 지역에도 싱텔의 주도로 결성된 MBA(Bridge Mobile Aliance)와 NTT도코모가 주도하는 커넥서스가 아시아 통신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SK텔레콤은 2월 BMA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통신동맹의 한 축으로 자리잡았으며 KTF도 NTT도코모와 함께 커넥서스 창립을 주도하면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이 3G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제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연합체간의 유대관계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세계는 지금 '단일 통화권'
3G통신 활성화로 어디서나 자동 로밍 문자메시지도 가능
'국가별 단일 요금제' 올해 하반기에 시행 3세대(3G) 이동통신이 활성화되고 국내 통신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자신의 휴대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통화할 수 있는 '단일 통화권'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음성통화뿐 아니라 문자메시지서비스(SMS), 멀티미디어메시징서비스(MMS) 등의 데이터 로밍도 가능하다. 특히 모뎀을 이용해 해외에서도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SK텔레콤과 KTF는 해외 사업자들과의 제휴를 강화하면서 로밍 지역을 점차 넓히는 중이다. 다양하게 형성되는 통신 블록은 소비자들에게는 보다 많은 지역에서 자동로밍 서비스를 이용하게 해준다. SK텔레콤과 KTF는 각각 전세계 103개국, 101개국에서 자동로밍이 가능하다. LG텔레콤도 중국ㆍ대만 등 7개국에서 자동로밍 서비스를 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18개국으로 넓힐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오는 6월부터 최소 5,000원으로 미국ㆍ일본 등의 지역에서 모뎀을 이용, 노트북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글로벌 인터넷 로밍 서비스'를 시작한다. 해외에서 인터넷을 자주 사용하는 비즈니스맨을 위해서이다. SK텔레콤은 향후 중국ㆍ싱가포르ㆍ홍콩 등으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동로밍 사용자들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자동로밍을 이용한 소비자들은 60만명가량이었지만 올해는 2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TF의 경우 올해 1ㆍ4분기 이용고객이 19만4,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73% 늘어났다. 특히 3G 전국망 구축을 통한 시장 확대는 업체들의 수익과도 직결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방문자들의 자동로밍이 늘어남에 따라 매출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KTF의 경우 3G 자동로밍 매출이 ▦2004년 14억원 ▦2005년 56억원 ▦2006년 70억원 등으로 급증, 짭짤한 이익을 내고 있다. 올해 1ㆍ4분기 매출은 4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2%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과도한 요금이 나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SK텔레콤과 KTF의 국제 자동로밍 요금이 국가별 단일체계로 바뀌게 된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사전에 이용요금을 알 수 있어 보다 편리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용자가 일정액까지만 사용할 수 있는 '요금상한제'와 사용요금을 SMS로 알려주는 'SMS 서비스'도 시행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통신 블록이 강화되고 해외 사업자와의 결합이 많아지면서 자동로밍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편의는 더욱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송영규 정보산업부 차장(팀장)ㆍ최광ㆍ황정원 정보산업부 기자 sk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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