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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과 부산의 차이
입력2003-05-13 00:00:00
수정
2003.05.13 00:00:00
세계 경제의 심장부인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항상 바쁘다. 이들에겐 촌각도 금쪽이다. 일초도 안되는 시간에 수십만 수백만달러을 허공에 날려 버릴 수도, 거꾸로 자신들의 호주머니속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공식 활동을 시작한 지 이틀째인 12일(현지시간)오전 8시30분께 뉴욕 월가 11번지.
뉴욕 증권거래소(NYSE)가 위치한 이 곳에서는 출근전쟁이 벌어졌다. 거의 뛰다시피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 사람들. 그런데 정작 NYSE 앞길은 차분하기 그지없다. 건물에 입장하기 위해 20~30미터씩이나 줄지어 서있는 것을 보면 오히려 한가로운 모습이다. 과연 이 사람들이 월가를 주무르는 브로커들인 지 의심이 갈 정도다. 바쁜 걸로 치면 세계에서 가장 바쁜 이들이 한 순간이 아까운 아침시간에 긴 줄로 서 있는 이유는 9.11테러이후 삼엄해진 검문검색 때문이다. 뉴욕 경찰은 세계금융센터와 함께 미국의 자존심으로 여기고 있는 NYSE를 지키기 위해 도로 양편 바리케이드와 건물 내부 검색대에서 2차례의 검문검색을 하고 있다. 이 곳을 취재하기 위해 방문한 노 대통령 방미취재단 일행도 30여분이 넘는 확인절차와 검색을 거치고 나서야 NYSE내부에 발을 들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NYSE사람들은 매일의 불편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은 국가보호와 국익을 위해서 라면 정부와 경찰, 일반 국민, 직장인들이 한 몸뚱이가 되는 미국의 힘이었다. 우리는 이라크전을 통해서도 이런 모습을 지켜본 바 있다.
그날 저녁 노 대통령은 `코리아 소사이어티`가 초청한 만찬에 참석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동북아의 중심에 있으며 인천공항과 부산항, 광양항과 같이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물류기반이 갖추고 있다”며 `Invest Korea`를 목이 쉬도록 외쳐댔다. 그런데 서울에서는 부산 화물연대 파업으로 물류가 마비됐다는 소식이 연일 신문 머릿기사를 장식하고 있다. 물류 마비소식은 월가의 중심에 있는 노 대통령의 얼굴에 먹칠을 한 격이었다. 과연 월가의 투자자들은 노 대통령의 연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그런 것이었다.
<박동석기자(정치부) everes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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