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이 대안이다]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 'Go Go'한국증시 신천지 열린다적립식 펀드 열풍·기업연금 도입 눈앞…80년대초 랠리돌입 美와 닮은꼴 최형욱 기자 choihuk@sed.co.kr “저축하는 셈 치고 아이들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월 20만원짜리 적립식 펀드 3개에 가입했습니다.”(우리투자증권의 강남 모 지점에서 만난 40대 고객) “대형주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40대 아줌마 고객이 있는데 의외로 조바심을 내지 않더라구요. 장이 더 간다고 보는 것 같아요.”(현대증권 모 지점 영업직원) 초저금리 속에 주가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주식시장에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저축하듯 주식을 사겠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도’ 아니면 ‘모’라는 식의 투자자세는 ‘은행금리+∝’를 추구하는 자세로 바뀌고 있다. 50년 증시 역사상 새롭게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이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애널리스트는 “메가 트렌드는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이뤄지는 탓에 단기간에 큰 변화를 느끼기는 힘들다”“며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는 지난 1982년 초 대세 상승기의 미국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80년대 초 미국 증시와 닮은꼴= 지난 82년은 미국 증시 역사에서 드라마틱한 해였다. 미국 다우지수는 그 해 8월 776포인트에서 10월에 1,000선을 돌파하더니 11월에는 1,192포인트로 단숨에 65.6%나 올랐다. 1964년부터 무려 20년 가까이 ‘마(魔)의 벽’으로 남아있던 600~1,000의 박스권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이후 다우지수는 20년 넘게 장기 랠리를 펼치며 1만 포인트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도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았던 신용붕괴, 소비침체 등이 해결 기미를 보이고,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혐오 현상 완화, 간접투자 열풍 등도 당시 미국과 비슷한 현상이다. 박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 퇴직 연금제 도입으로 인한 증시 저변 확대, 정부의 강력한 부양 의지, 금융 자율화에 따른 겸업화 본격화, 증시 재평가 및 자사주 매입 활발 등도 미국 대세 상승기와 흡사하다”고 설명했다. ◇투자 패러다임이 바뀐다= 변화의 바람은 일선 증권사 창구부터 거세게 불고 있다. 이들 창구 직원들은 “주식투자 문화가 단기에서 장기로, 테마주보다는 펀더멘털 우량주로, 한탕주의에서 안정적인 수익 추구로 바뀌는 등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박문광 현대증권 영등포 지점장은 “주식 계좌를 자신이 아닌 자녀들 명의로 해놓거나 노후 대비를 위해 배당성향이 높은 ‘블루칩’을 매입하는 현상은 예전에는 거의 없었던 일”이라며 “이제 주식을 하나의 저축 수단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30대 후반~40대 초반의 경우 저금리, 부동산 버블 등으로 노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이 미국 베이비 붐 세대처럼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투자처로 증시에 눈을 돌리면서 대세 상승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시 새 역사 쓴다= 증시 업그레이드 조짐은 각종 지표에서 잘 드러난다. 우선 간접투자를 중심으로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간접투자 계좌 수는 지난 6월말 현재 687만여개로 직접투자 계좌 수를 13만 계좌 이상 앞섰다. 특히 적립식 펀드 인기가 이어지면서 지난 6월말 수탁고가 8조원을 돌파했고 계좌 수도 300만개가 넘었다. 수급 기반도 탄탄하다. 변액보험, 연기금 등 장기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매수 세력은 확대되는데 반해 외국인 지분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으로 유통 물량은 갈수록 줄고 있다. 여기에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지만 주가는 여전히 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경기 회복 기대감, 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강세장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한국경제 및 기업의 성장이 동반되지 않을 경우 ‘증시 버블→주가폭락→경기 침체’의 악순환을 일으킬 것이란 지적도 있다. 섬세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투자문화가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 하락, 기업 실적 양극화, 새로운 블루칩의 부족 등 아직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며 “앞으로 2~3년 내 한국증시가 업그레이드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90년대 말 ‘바이 코리아’펀드 실패 때처럼 주식 혐오 현상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08/01 16:42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