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이 최근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된 한 금융회사에서 고스란히 벌어졌다.
25일 금융계에 따르면 KB캐피탈(옛 우리파이낸셜)이 기존 우리은행 출신 임원들을 내보내는 과정에서 미리 통보받지 못한 일부 인사들이 허겁지겁 짐을 싸는 모습을 보이는 등 '피인수 회사의 설움'의 한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 20일 우리파이낸셜은 KB캐피탈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우리은행 출신 임원 4명을 모두 내보냈다. 우리파이낸셜에 몸담고 있다가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임원은 현대캐피탈 출신 영업부서 본부장 2명뿐이다.
임기가 꽉 찬 우리은행 출신 최칠암 부사장과 변재범 본부장은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대표와 함께 주주총회 전날인 19일 퇴임식을 가졌다.
반면 임기가 각각 6월과 9월인 류동렬, 최창영 본부장은 KB 측에서 아무런 통보가 없어 출범일까지 출근했다가 당일 오후 모두 자진 사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말 그대로 '날벼락'이었다.
우리금융 측은 서운한 기색이 역력하다. 우리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는 "피인수되는 회사 입장에서 모두가 짐을 쌀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통보 과정에서 껄끄럽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KB캐피탈은 조만간 기업금융영업(RM) 직원들도 내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다른 관계자는 "은행 은퇴 후 자회사로 갈 수 있는 곳이 예전에 비해 3분의1 토막 나서 우스갯소리로 이제는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얘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다행스럽게도 기존 직원들은 큰 동요가 없다. 임원들은 모두 내보냈지만 대표가 씨티은행 출신인 데다 캐피털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았던 KB금융이 배우는 자세로 내부 직원들을 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개편 과정에서 아래 직원들의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실제로 외환 위기 이후 수많은 금융회사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조직원들이 직장을 떠났다. 비근한 예가 바로 과거 국민은행에 합병됐던 장기신용은행이다. 장기신용은행은 국내 은행업 사상 가장 우수한 인재들의 집합소로 알려져 있었지만 국민은행에 합병된 후 대거 퇴출되거나 뿔뿔이 흩어져 거의 흔적조차 찾기 힘들다. 하나은행에 합병된 보람 출신들도 비슷하다. '피인수 회사의 서러움'은 그만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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