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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국민에 주권이양 가속화
입력2003-12-15 00:00:00
수정
2003.12.15 00:00:00
이병관 기자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의 생포로 이라크는 미군 점령 이후 지속된 폭력과 테러 국면에서 안정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후세인을 정신적 지주로 삼던 이라크 저항세력이 구심점을 잃어 이라크 정권 이양 작업이 본격적인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세인 추종세력 외에도 이슬람 급진파 등의 게릴라 공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사실상의 `포스트 사담` 시대를 맞아 이라크 전후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종족간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내전 우려도 나오고 있는 등 이라크 재건을 위한 장도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이라크 정권 이양 가속화 계기=후세인 생포는 후세인 추종세력의 게릴라전과 보복을 우려해 온 이라크 민중의 이라크 재건 협력을 이끌어 냄으로써 그동안 전도가 불투명하던 이라크 정권 이양 작업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후세인 반대파인 시아파 등 정치세력들은 후세인 잔당인 페다인 민병대 등의 보복 두려움으로 마음 놓고 이라크 재건에 동참했지 못했지만 후세인 제거로 본격적인 참여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타고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는 14일 2005년말 이라크 국민에 주권을 이양하는 청사진을 대내외에 천명했다. IGC의 호시야르 제바리 외무장관은 이날 “오는 2월 임시 헌법이 마련되고 2005년 10월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에 이어 12월 직접선거가 실시될 것”이라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권 이양안을 곧바로 유엔안보리에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은 조기에 이라크 정부를 출범시킨다는 목표로 헌법 제정과 의회 구성, 군대 재건 등 중요한 정치 일정들을 IGC내 각 정파와 협의해 왔는데 이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높아지고 차기 정국 주도권 장악을 위한 발걸음이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군정이 설립했다는 구조적인 한계와 계속되는 후세인 잔존 세력의 테러 등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던 IGC가 이번 후세인 생포로 정국을 주도해 나갈지 주목되고 있다.
◇종족간 내분 우려 가능성=후세인 생포로 산발적인 테러가 소강 국면을 맞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종족간ㆍ종파간 분열이 가속화해 내분이 더욱 격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후세인이 지난 8개월 동안 조직적인 저항 운동을 지휘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들 저항세력의 큰 버팀목이 돼 왔던 것은 분명하다. 정신적 지주였던 후세인이 사실상 제거됨으로써 이라크 안정 국면이 예상되지만 그공백을 타고 시아파, 쿠르드세력 등 주요 정파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이 같은 갈등 국면이 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 후세인 정권에서 배척돼 왔던 시아파는 최근 들어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를 중심으로 건국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사아파는 인구 구성에서 후세인의 수니파를 압도하지만 후세인 정권에서 눈에 띄는 차별 대우를 받아 왔다. 그렇다고 후세인 정권 하에서 조직을 장악한 수니파가 시아파의 부상을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종파간 갈등 재연 가능성이 높다.
여기다 후세인에게 가장 큰 박해를 받아왔던 쿠르드 양대 조직도 정국 주도권의 기선을 잡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순탄치 않은 정국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후세인 체포 만 하루가 지나기 전 바그다드 인근에서 잇따른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 수십명의 사상자를 냈다. 15일 이라크 경찰에 따르면 바그다드 일대 2개 경찰서 건물 부근에서 연쇄 차량 폭발이 발생, 최소 9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부상했다.
◇후세인 처리 어떻게 되나=향후 후세인의 처리 향배도 이라크 정국에 결코 적지 않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세인을 어느 법정에 세워야 하는가 등 절차 논란을 두고 벌써부터 이라크 국내 및 국제사회의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등 이라크 정국을 분열로 몰고 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생포한 후세인에 대한 재판과 치안 회복 등 전후 안정화 과정을 차기 대선 등 미국내 정치 일정과 연계시실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후세인 처리와 관련, 아직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최근 설립한 이라크내 전범 특별재판소에 회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재판에 맡길 경우 또 다시 국제사회의 논란이 됐던 이라크 대량살상 무기 존재 여부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에 국내 문제로 완결짓는 편이 낫다는 게 미국의 전략이란 분석이다.
후세인 처리 문제에서도 또 다시 국제사회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후세인의 과거 쿠르드 대량 학살, 쿠웨이트 침공 등 행적을 봤을 때 어떻게 든 단죄를 받을 것은 확실하지만 어떤 형태로 재판을 받을 것인 지가 또 다른 국제 사회의 논쟁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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