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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투자의 빙하기

<서강대학교 경상대학장 金廣斗> 우리 경제의 미래는 기술력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국력은 경제력으로 평가되었고 경제력의 핵심은 기술력이었음을 알 수 있다. 19세기 초 영국이 산업혁명에 성공하여 세계 최강국이 되었던 것은 기술혁신 능력이 가장 앞섰기 때문이었다. 영국 산업혁명을 선도한 기술들 중 하나가 제철기술이었고 이 기술로 영국 함대가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찌른 후 세계 최강국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독일도 영국과 비슷한 시기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였다. 그러나 창조적 기업가의 활발한 움직임에 토양이 되는 자유주의 시민정신의 측면에서 독일은 영국에 뒤졌고, 그 결과 기술혁신 속도에서 독일은 영국보다 늦을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19세기 중반 영국과 독일의 기술을 도입해서 모방·개량하는 소화과정을 거쳐 효율적인 대량생산에 성공함으로써 영국·독일에 이어 기술강국의 대열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렇게 축적된 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은 2차대전에서 승리하였고 70년대 이후에는 전자·정보기술의 도약을 추가함으로써 현재까지 세계 제일의 경제대국, 무역강국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이러한 경제열강을 향한 일본의 추격 또한 기술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868년의 메이지(明治) 유신을 분기점으로 일본이 유럽 선진국들의 기술과 문화를 과감히 도입, 모방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렇게 도입된 기술을 개량하여 일본에 뿌리내리게 함으로써 일본은 20세기 초 이미 동양에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갖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아시아지역 맹주의 위치를 차지했다. 2차대전 이후 일본은 기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기술을 필요한 만큼 충분히 도입하여 모방·개량, 일본의 생산체제 내에 정착시켰고 80년대 초부터 전자기술 부문에서는 독자적인 능력을 확보하여 특정부분에서는 미국을 앞서기도 함으로써 무역강국, 경제대국으로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현재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먼저 산업기술력의 흐름을 보여주는 기술집약적 산업의 성장률과 부가가치율의 추이를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기술집약적 산업의 성장률은 80년대에는 13% 수준이었던 것이 90년대에 들어와 8%로 낮아졌다. 부가가치율도 80년대 초의 30% 수준에서 크게 못 벗어나 96년 현재 33%에 머무르고 있다. 수출상품의 질적 변화를 반영하는 수출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지수의 추이는 더욱 실망스럽다. 1985년을 100으로 볼 때 96년에는 80.4로 크게 하락했다. 수출상품의 질적 수준이 지난 20여년 동안 상대적으로 떨어져왔다는 것이다. 근래에 나타나고 있는 수풀상품의 가격하락 추세도 이러한 상품기술력의 상대적 열위에 근본원인이 있다. 이러한 흐름에 덧붙여 우리 경제의 앞날을 더욱 염려스럽게 하는 것은 올들어 민간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규모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98년도 민간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투자율 계획치는 2.3%로 81년 이래 최초로 감소현상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는 상황이 훨씬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정부당국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월 추진한 기술개발 관련 조세감면규제법 개정은 세수확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측면도 있어 오히려 기술투자 활동에 역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고 금융기관들의 기술금융 역시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이다. 불황을 맞아 미국의 실리콘 밸리는 오히려 연구활동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기업들의 연구소는 시들시들 기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경제 구조조정의 목적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있고, 기술력 강화 없이 산업의 선진화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뭔가 일이 크게 잘못 되어가고 있는 것 아닌가. 지난 연말 이후 우리 모두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매달려 정신없이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 무엇부터 챙겨야 하는지를 생각할 때가 되었다.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서 돈을 풀고, 재정지출을 증대하는 데 있어서 기술투자를 촉진하는 정책수단에 우선순위를 두는 정책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일*간*스*포*츠 연중 무/료/시/사/회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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