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전자결제 플랫폼 페이팔의 창업자인 피터 틸(48·사진) 팰런티어 테크놀로지 회장과 만나 핀테크(fintech·금융과 IT의 융합), 벤처 투자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았다.
이 부회장은 24일 오전 틸 회장이 묵고 있는 서울 신라호텔을 방문해 핀테크와 벤처 투자 등 여러 관심사를 두고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협업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홍원표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전략실장도 배석했다. 최근 삼성전자가 모바일 결제 분야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글로벌 시장과 기술 전반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전자결제 시스템 회사인 페이팔을 공동 창업한 틸은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하고 빅데이터 회사인 팰런티어 테크놀로지를 세워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투자를 받았다. 이후 기술 벤처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로 활약하면서 링크트인·옐프 등에 투자하는 등 벤처 투자의 큰손으로 활약하면서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로 불리기도 한다.
한편 틸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서 열린 특별 강연회에서 "경쟁은 자본주의와 동의어가 아니다"라며 "독자적 시장을 찾아 기업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에 집착하는 체계야말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기업가 정신이란 기존 시스템의 통념을 깨는 파괴적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틸 회장은 창업자나 투자자·고용자가 경쟁을 하지 말고 '독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임자를 모방하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없다.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기업이 가장 위대한 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는 독점 기업이면서 스스로 독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숨긴다"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이 독자적인 영역을 찾아 훌륭하게 발전시켜 결국 독점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구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세간의 인식은 '20개의 검색엔진 중 하나' 정도였지만 이는 중요한 점을 놓친 것이었다"며 "구글은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작동되는 검색엔진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 페이스북 이전에도 '소셜네트워크'라는 이름을 단 기업들은 있었지만 페이스북처럼 이용자가 '자신이 있는 그대로를 인터넷에 올리는 서비스'는 없었다. 틸 회장은 "페이스북은 단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페이팔 역시 지난 2000년 시장 규모가 작았던 '파워셀러' 판매 분야에 서비스를 연결했고 석 달 만에 시장 점유율을 35~40%까지 끌어 올렸다. 틸 회장은 "독점과 경쟁의 이분법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독점이 핵심적"이라며 "무조건 큰 시장을 추구하기보다 작은 시장에 도전해 점유율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틸 회장은 자신의 이력을 소개하며 "창의적인 것에 도전하라"고 했다. 그는 미국 스탠퍼드대 학부서 철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곧바로 로스쿨에 들어갔다가 7개월 만에 나왔다. 틸 회장은 "경쟁이 이미 치열한 '감옥' 같은 곳에서 인생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며 "여러분도 자신도 모르게 내재된 '경쟁'이라는 정체성을 버려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