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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검찰」 위상에 흠집/공정위 제지3사 과징금 삭감
입력1996-10-16 00:00:00
수정
1996.10.16 00:00:00
이형주 기자
◎제재기준 오락가락 공신력상실 자초김인호 공정거래위원장 취임이후 서슬퍼렇던 공정위의 칼날이 무디어지고 있다. 「기업활력 살리기」의 바람이 공정위의 칼날을 녹슬게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솔등 제지3사의 담합행위에 대해 사상 최고액인 2백1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지 3개월여만에 이들 3사의 이의신청을 받아들여 과징금을 대폭 삭감해 준 것은 「경제검찰」로서의 위상에 지울수 없는 흠집을 남긴 사례다.
어느 시대건 사정을 담당하는 기관의 위상은 무엇보다 그 잣대의 공정성에 달려있다. 특히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경제문제에 대한 제재의 경우 항상 잡음이 따르게 마련이므로 흔들리지않는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를 번복하는 결정을 내린 이유로 밝힌 내용을 보면 잣대의 공정성이나 사정의 원칙에 비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공정위는 이번 심결 번복에 대해 공동행위(담합)의 사실 자체는 원심결대로 인정되나 ▲매출액 산정에 착오가 있었고 ▲최근의 경기상황과 이의신청인들의 경영여건 등을 감안했다고 밝히고 있다.
먼저 당초 과징금을 부과할 때 기준이 된 법위반기간의 매출액 산정과 관련, 공정위는 신문용지의 담합과 직접 관련이 없는 수출판매분, 정부조달시장 판매분, 비신문사판매분, 중질지 매출액등을 포함시킨 사실을 확인해 이를 정정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관련회사들이 매출액을 제대로 구분해 제출하지 않아 이같은 착오가 생겼다며 제지3사에 책임을 떠 넘기고 있다.
또 이번 사건이 있기 전까지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수많은 사례에서 매출액 산정때 법위반과 직접 관련있는 매출액 부분을 과연 어느 정도까지 세분해 산정해 왔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과징금 부과율을 대폭 삭감한 부분이다. 공정위는 과징금부과율을 당초 2.5%(한솔), 1.25%(세풍 대한제지)에서 1.25%, 0.75%로 대폭 깎아주었다. 공정위는 경기상황과 이의 신청인들의 경영여건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공정위가 부당 공동행위에 대해 내린 심결사례를 살펴보면 그 기준의 일관성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지난 6월 입찰담합 혐의로 적발된 철도차량 3사(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0.5%(95년 4월이전 사건은 과징금 상한이 매출액의 1%임)를 부과했다. 7월11일 제지3사에 대해서는 2.5%, 1.25%(과징금 상한 5%)를 각각 차등부과했다. 이어 LG화학등 합성수지 6개사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0.33%(과징금상한 1%)를 과징금으로 각각 부과했다.
반면 지난 9월 경남지역 초등학교 신축공사를 하면서 입찰담합한 11개 중소건설업체에 대해서는 하나같이 법정최고한도인 1%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업체따라 심결사건따라 과징금 부과율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삭감결정이후 이같은 기준이 설득력을 갖기는 더욱 어렵게 됐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여러 정황을 고려해주면서 중소 제조업자나 건설업자에는 예외없이 과징금 상한을 부과한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엄정한 기준설정이 아님을 반증하는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이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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