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록 회장 체제를 앞둔 KB금융이 본격적인 역습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이 최근 파격적인 금리를 내세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접수에 나선 것이다. 가계대출의 절대강자인 국민은행이 지난 한 해 동안 이른바 '디마케팅'을 통해 축소 지향적 영향에 치중하던 것에서 벗어나 부활의 시동을 걸면서 시중은행 간 가계대출을 둘러싼 영업대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0일부터 최저 연 3.22%(우대금리 최대 연 1.4% 적용시)의 금리가 가능한 주택담보대출상품(혼합금리)을 판매하고 있다. 대출기간은 최저 10년에서 최장 30년 이내로 설정할 수 있으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방식을 채택했다. 5년 고정금리 기간이 지나면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조건으로 타은행 상품에 비해 15~20bp(0.01%포인트) 정도 금리가 낮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도 다른 은행 상품보다 낮을뿐만 아니라 고정금리 적용기간도 길어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매력적인 상품"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은 크게 위축된 가계대출 부문을 본궤도로 올려놓기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속 쪼그라들어 올 들어서는 잔액 100조원이 깨졌다. 올해 초 이후 5월 말 현재 가계대출이 역성장한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국민은행의 한 관계자는 "회장 선임 등의 문제로 그룹 전반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영업력이 약화됐던 게 사실"이라며 "경쟁은행에 대환으로 빼앗긴 가계여신을 회수하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영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경쟁은행들도 바빠졌다. 은행대출은 크게 기업대출과 가계대출로 나뉘는데 현재 은행의 단기 먹거리로 떠오른 것이 가계대출이기 때문이다.
기업대출은 조선ㆍ해운ㆍ건설 등의 업황이 크게 위축되면서 건전성 지키기에 급급한 반면 가계대출은 4ㆍ1 부동산대책 이후 속칭 '대목'을 맞고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시장 동향을 보면 가계대출은 4월 한 달간 4조2,000억원 늘어난 데 이어 5월에는 3조9,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주택거래가 늘면서 가계대출 중에서도 주담대가 큰 폭으로 불어났다.
이를 감안해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신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담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수요를 적극 떠안기 위해서다.
특히 국민은행의 임 회장 내정자가 본격적으로 '리딩뱅크론' 실행에 나서게 되면 시중은행 간 '가계대출 영업 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 가계대출은 확실히 국민은행이 선두에 서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과거 국민은행이 가계대출 전략을 바꾸면 나머지 은행이 뒤를 따르는 모습이 나오곤 했는데 이번에도 가계대출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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