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號 L자 침체늪 빠지나
입력2003-07-09 00:00:00
수정
2003.07.09 00:00:00
이연선 기자
간판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만에 4.2%에서 3.1%로 무려 1.1%포인트 떨어뜨렸다. 이는 지난해 성장률 6.3%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한국은행과 청와대가 지난주부터 4%성장이 어렵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한 바 있어 KDI의 3%성장 전망은 세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한국경제가 불황의 터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이 구체적인 지표로서 확인됐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에 정부는 4조2,000억원의 추경편성과 특소세와 근로소득공제 확대등 재정확대와 감세정책으로 하반기 경기 부양에 나섰지만 경기조절 타이밍을 놓친 데다 추가적인 대책마련도 여의치 않아 3%전망치 달성은 물론 `L자형`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비관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3%대 성장의 의미=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ㆍ5%)이하로 내려가면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우려가 크다. 특히 5%이상의 고성장에 익숙한 우리 경제패턴을 감안하면 기업과 민간 등 각 경제 주체로서는 저성장을 감내하기란 어렵다. 경기가 나빠지면 당장 소비자들은 지갑부터 열지 않는다. 소비부진-내수침체-생산감소-투자감소-저성장 등 악순환을 불러온다. 3%대의 성장률은 지난 2001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2001년의 불황 타개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정책중 하나인 부동산활성화대책은 망국적인 투기열풍을 불러온 장본이기도 하다.
조동철 KDI 거시팀장은 “불황의 여파는 노동시장에도 파급효과가 미쳐 9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실업률이 반등하고 있다”며 “고용사정을 잘 나타내는 취업자수가 감소하는 것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승 한은총재는 성장률이 4%이하로 떨어지면 `실업대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경제학자들은 성장률이 1%하락하면 5만~6만 명의 신규 실업자를 낳는다고 추정하고 있다.
◇경기저점통과 확신못해=KDI는 현재의 경기상황에 대해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경기침체를 지속하고 있다”며 “특히 아직까지 경기저점을 도달하지는 않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당분간은 지금보다 더 경기가 나빠진다는 의미다. 정부가 당초 예상한 하반기 회복도 물 건너 갔다는 평가다. 실제로 KDI는 올 1분기 3.7%인 성장률이 2분기 2.4%로 떨어지고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3%와 3.1%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KDI는 다만 경기하강의 속도가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는 다소 희망적인 분석도 함께 내놓았다. 5월중 생산ㆍ소비ㆍ투자가 모두 감소했으나 조업일수 감소 등 기술적 요인에서 비롯된 측면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예들 들어 경기급락을 주도한 민간소비를 나타내는 지표인 도소매 판매 증가율은 4월의 –4.3%에서 5월에 –4.6%로 악화됐지만 계절조정를 감안하면 4월 –1.6%에서 5월 1.3%로 상승했다는 것이다.
◇부양카드, 여의치 않아=앞으로의 경기전망은 불투명한데도 정부가 동원할 부양카드가 마땅치 않다. 사스(SARSㆍ중증호흡기성증후군) 파동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북핵문제
▲달러가치하락 등 외환시장불안
▲세계경제부진
▲금융시장불안 등이 어느 방향으로 전개될지 `안개속`에 갇혀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4조2,000억원의 추경편성안을 여야 합의로 승인하고
▲특소세 인하
▲근로소득세 공제확대 등 2조원 규모의 감세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적자재정을 무릅쓴 추가적인 재정확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감세정책 역시 한나라당의 추경통과의 반대급부로 부득이하게 동원한 것이어서 추가적인 감세가 여의치 않다. 이에 따라 재경부는 오는 14일 하반기경제운영방안을 통해 기업규제 완화ㆍ설비투자관련 세액공제 연장등 투자활성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10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인하할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조동철 팀장은 “이미 계획된 추경을 조속히 집행하고 금리인하ㆍ재정확대 등 추가적인 부양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하반기 경제운영은 단기적인 경기 처방보다는 중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찬,이연선기자 bluedash@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