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 1위 동아제약의 불법 리베이트 사건이 124명의 병ㆍ의원 관계자를 법정에 세우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단일 리베이트 사건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의 처벌이 내려진 셈으로 의약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동아제약으로부터 불법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김모(46)씨 등 의사 119명과 병원장 1명, 병원 사무장 4명 등 총 124명을 형사 입건했다고 10일 발표했다.
리베이트 수수액이 개인당 1,000만원 이상인 김씨 등 의사 18명과 병원 사무장 1명은 정식 재판에 넘겨졌으며 나머지 105명은 15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의 벌금형에 약식 기소됐다.
수사반에 따르면 김씨 등 의사들은 동영상 강의료나 병원 홈페이지 광고료, 심지어 병원 설문조사료 등 명목으로 동아제약으로부터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 사이의 금품을 받아낸 것으로 드러났다. 명품시계나 의료장비ㆍ전자제품을 받아 챙긴 의사들도 있다.
특히 동아제약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 업체를 중간에 끼워 의사 김씨의 동영상 강의를 녹화하고 이를 동아제약 직원들이 수강한 것처럼 처리하는 수법으로 김씨에게 3,6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검찰은 의료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면허정지) 대상이 되는 1,300여명을 관계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통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처분의 시점과 기간 여부는 금품 수수 시점과 확정된 벌금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리베이트 제공자와 수수자를 동시에 처벌하는 쌍벌제 시행(2010년 11월) 이전에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와 병ㆍ의원 관계자는 수수금액에 따라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기에 복지부는 곧 이들에게 자격정지 2개월의 처분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쌍벌제 시행 이후 약품 처방 등의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의사들은 벌금액수에 따라 2~12개월로 차등화된 자격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벌금액수가 기준이 되므로 형이 확정된 후에야 행정처분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이번 동아제약 사건은 제약회사의 금품 제공액이나 처벌 인원에 있어 전례가 없는 대규모라는 점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담수사반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의료계 리베이트 사건으로 208명을 기소하고 6,100명을 행정처분 대상으로 통보했는데 이중 동아제약 사건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소 비중으로 50% 행정처분 인원 기준으로는 20%를 차지한다.
검찰 측은 "앞으로도 불법 의약품 리베이트 관행 근절을 위해 단속을 계속할 계획"이라며 "이 같은 활동이 리베이트 제공자인 제약업계뿐만 아니라 수수자인 의사 집단을 각성시켜 리베이트를 근절할 수 있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영업활동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상위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한 리베이트 단속 의지를 보이고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많을 줄은 예상을 못했다"며 "최근 병ㆍ의원의 영업사원 출입금지 조치 등 의료계의 강경대응으로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번 대규모 의사처벌로 더욱더 영업하기가 힘들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십 년간 국내 의약업계에 뿌리내리고 있던 리베이트를 뿌리뽑기란 다소 역부족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특히 그동안 소액 금품 수수자들에 대한 자격정지 등의 행정처분율은 5% 이하에 그쳐 처벌의 효과가 반감됐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쌍벌제 시행 이후 처분자들의 경우 벌금액을 기준으로 자격 정지 기간이 정해지기에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후에만 절차를 진행할 수 있어 집행이 더욱 늦다. 실제 2011년 K제약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의사 300여명에 대한 행정처분을 내리는 데도 2년여의 시간이 걸렸다.
복지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ㆍ약사 등 리베이트 수수자들의 자격정지 기간을 리베이트 수수액과 연동하고 2ㆍ3차 적발시는 가중 처분하는 내용 등을 담은 관련법 개정안을 지난해 9월 입법 예고했지만 해당 법은 법제처 심사 등의 이유로 아직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불법 리베이트에 대한 거창한 처벌 계획에 비해 실제로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거나 유야무야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앞으로도 이런 식이라면 영업실적을 올리는 최고의 수단인 리베이트는 암암리에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