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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중동, 고개 숙인 부시
입력2003-08-21 00:00:00
수정
2003.08.21 00:00:00
이라크 저항세력의 조직적인 테러 공격으로 2004년 대선을 앞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월1일 걸프지역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귀국하는 항공모함 에이브러햄호 선상에 전투기로 사뿐히 착륙, 주요전투 종료 선언을 할 때까지만 해도 이라크전의 눈부신 승전은 그의 재선을 보장해 주는 확실한 카드처럼 보였다.
그러나 5월 이후 이라크 저항세력의 공세가 예리해지고 조직화하면서 미군의 인명피해가 늘어나자 이라크 카드의 `득표력`은 급속히 떨어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총성과 폭발음이 멎지 않는 한 이라크 카드는 오히려 그의 지지율을 까먹을 수 있는 잠복 변수로 변질할 가능성마저 엿보이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점에서 19일 또다시 터진 바그다드 주재 유엔청사 폭탄테러는 이라크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에도 엄청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바그다드 주재 요르단 대사관 폭탄테러 이후 12일만에 바그다드 유엔본부 건물이 폭탄테러 공격을 받아 20명이 사망하고 100명이 부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세르지오 비에리아 데 멜루 유엔 특별대사까지 목숨을 잃었다.
물론 국제여론은 요르단 대사관에 이어 유엔본부 청사에까지 폭탄세례를 가한 이라크 저항세력에 불리하게 전개되겠지만, 명분 없는 싸움으로 이라크인들의 분노를 격발시킨 `원죄`의 장본인 부시 대통령에게 국내외의 눈총이 쏠리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또 주요전투 종료 선언 이후 131명의 미군이 사망하는 등 인명피해는 늘어만 가는데 알-카에다의 수괴인 빈 라덴은 물론 탈레반의 지도자 물라 오마르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검거에 실패함으로써 이들로 하여금 저항세력의 구심점 역을 맡도록 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려운 상황이다.
같은날 20여명의 사망자를 낸 이스라엘 폭탄테러도 부시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하다. 이라크를 발판으로 중동의 질서를 재편하겠다며 그가 제시한 `로드맵`이 찢어져 나가는 파열음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이스라엘이라는 벌집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그는 재선의 단 꿀을 얻던가 벌떼들의 공격으로 치명적인 정치적 패배를 기록할 수도 있다.
<우정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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