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정부안이 발표된 뒤 답보 상태를 보이던 납품단가 조정 법안이 의원입법으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부안이 발표된 이후 중소기업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100만인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등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와중에 국회 쪽에서 중소기업들의 주장을 대폭 반영한 안을 마련함에 따라 성사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6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내용으로 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안의 핵심은 당사자간 조정협의로 말 그대로 원자재가 인상 등으로 납품단가를 조정해야 될 경우 당사자인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개별적으로 만나 협의를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교섭력의 차이로 중소기업은 하도급계약 기간 중 발주 물량 축소, 거래단절 등을 우려해 대기업에 조정협의를 요구하기 어렵다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번에 허범도ㆍ문국현 두 의원은 이를 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대로 교섭권을 조합에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 교섭권이 조합에 위임되면 개별 기업이 아닌 조합 차원에서 대기업과 대등한 관계 속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공정위측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조합이 대기업의 임원들을 불러내 협의를 하자고 할 텐데 그러면 경제가 망가질 수도 있으며 이를 허용할 경우 결국 단체행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소기업계가 줄곧 요구해온 연동제를 명시하는 부분은 허 의원은 반대하는 반면 문 의원은 수용했다. 허 의원측은 “원자재가가 오른 만큼을 고스란히 연동해 올려야 한다는 발상은 무리가 있지 않느냐”며 “교섭권의 조합 위임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 의원측은 “원자재가가 오를 때마다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중소기업인 만큼 이를 명시적 규정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 안에는 ‘단가변동 사유가 발생할 경우 원수급사업자(대기업)가 납품단가를 연동해야 된다’는 의무조항으로 들어가있다. 공정위 측은 “연동제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내용”이라며 “원자재가가 오를 경우 이는 중소기업, 대기업, 소비자가 각각 3분의1씩 부담하는 게 타당하며 이는 정부의 개입 대신 시장 기능으로 조정돼야 맞다”고 밝혔다. 두 의원의 법안에 대해 중소기업은 찬성을, 대기업은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서명문 중소기업중앙회 납품단가현실화특위 위원장은 “집권당과 창조한국당은 물론 민주당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만큼 정기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며 “연동제와 교섭권의 조합 위임 둘 중의 하나는 꼭 쟁취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병욱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무엇보다도 가격은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돼야 하는 것”이라며 연동제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교섭권의 조합 위임에 대해서도 “당사자간 신뢰 문제, 조합의 대표성 문제 등으로 성공하기 힘들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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