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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 나의인생/나춘호 예림당회장] 65.도서유통의 현대화(1)
입력2003-09-04 00:00:00
수정
2003.09.04 00:00:00
이규진 기자
내가 출협 회장이 된 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은 도서유통 현대화 작업이었다. 전근대적인 도서유통이 출판문화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판사의 도서유통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전집류를 중심으로 한 월부 외판이 있고, 도매상(총판)을 경유해 서점에 공급하는 방법, 서점과 직거래, 대리점 또는 지사를 두고 서점과 거래하는 방법, 교판이라 하여 학교를 대상으로 납품하는 방법, 할인율을 높여 현금을 받고 공급하는 매절, 그리고 속칭 `나까마`라는 덤핑 거래 등 별의별 방법들이 통용되고 있어 도서 유통시장을 어지럽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월부 판매용인 전집이나 고가의 특수도서, 학습도서의 학교 채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도서는 도매상을 통해 서점에 공급하고 독자들이 직접 살펴보고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특히 크고 작은 도매상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어서 걸핏하면 부도를 내는 바람에 출판사마다 안심하고 책을 공급할 수 없어 늘 불안해 하고 있다.
A라는 출판사에서 신간 5,000 부를 발간했다고 하자. A출판사에서는 전국 거래 서점과 도매상(총판) 또는 대리점에 책을 보내고 나면 5,000 부의 책은 거의 남지 않는다. A출판사와 직거래하는 서점이 전국에 200개가 있다면 한두 달에 한 번씩 직원이 200개 서점을 돌며 재고파악도 하고 수금도 해야 한다. 책이 안 팔렸으면 수금은커녕 출장비도 건지지 못한다. 서점 역시 매월 수백 군데 출판사의 직원을 상대해야 하니 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 뿐만이 아니다. 책의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정보가 없어 막연한 예상이나 기대로 발행 부수를 정하다 보니 재고만 쌓이게 되고, 출판사간의 정보교류가 없다 보니 같은 내용의 책이 수십 종, 또는 백 종이 넘게 중복 출판되기도 한다. 그래서 서점마다 진열 공간 부족으로 창고에 묵히는 책이 많아지고 결국 반품되어 폐기되고 만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낭비요 출판사의 손해로 이어져서 출판문화 발전에 큰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도서유통 현대화 작업은 이런 불합리한 제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하기 위해 출판사와 서점을 ISBN(국제표준도서번호) 및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으로 엮어 주는 데에 있다. 출판사와 도매상, 서점과 도서에 관한 모든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화 하여 중앙 컴퓨터에 집중시키고 출판사와 서점의 단말기(컴퓨터)를 중앙의 메인 컴퓨터와 연결시키면 모든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ISBN 및 POS의 기본이다.
출판사에서 공급한 책이 서점에서 팔려 영수증을 발급하는 순간 그 도서의 모든 정보는 POS에 입력되고 판매분은 출판사에 자동 입금되기 때문에 출판사 직원이 재고 파악이나 수금을 위해 전국의 서점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다. 또 출판사는 책 판매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 재판 시기나 발행부수 책정, 광고 계획 등을 적기에 할 수 있어 경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만큼 유통비용이 줄어들 것은 자명한 일이다.
독자들 역시 언제 어디서든 검색만 하면 필요한 도서가 서점에 있는지, 정가는 얼마인지를 알 수 있다. 발행되지 않은 출판 예정도서의 정보까지 미리 알 수 있어 필요한 도서선택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나는 출협 부회장으로 있던 90년에 ISBN 및 POS 추진위원장을 맡으면서부터 이 제도야말로 도서 유통 현대화를 실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믿게 됐다.
그래서 나는 42대 출협 회장 취임 초부터 도서유통 현대화 작업에 매달렸고 이를 위해 출판계와 도매상, 서점, 출판 관련 단체들을 설득하는 등 (주)한국출판정보통신( Book Net Korea.co.kr)을 출범시키는 데 앞장섰던 것이다.
<이규진기자 sky@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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