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의 매수세력이 사라지면서 코스피지수가 2일 장중 1,400대마저 무너졌다. 코스피지수 1,500대까지만 해도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순매수 여력에 따라 기술적 단기반등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지만 기관은 물론 개인들의 로스컷(loss cut) 물량까지 쏟아지면서 증시의 체력은 완전히 고갈된 상태다. 그러나 최후의 보루 격인 연기금이 순매수에 나선 상황이고 투신권 역시 경기방어주를 중심으로 한 간헐적인 순매수 기조는 유지하고 있다. 낙폭이 과대해 단기적 반등이 기대되는 상황에선 이들 기관이 관심을 갖는 종목들 위주로 반등에 대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바닥난 기관 체력=주식형펀드를 운용하는 일선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들은 현 상황에 대해 수급 균형이 완전히 깨진 만큼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하고 있다. 장 중 1,400선까지 무너진데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유동성 위기로 줄줄이 하한가를 맞는 국면에서 ‘사자’ 주문에 나서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모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8월에 주식 비중을 늘렸는데 이렇게 돼 버리니 난감할 따름”이라며 “지금은 시장을 관망하는 것 이외엔 별다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식편입비중을 낮추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예상하지 못한 변수를 맞은 일부 종목들의 손절매는 이뤄지고 있다”면서 “시장에 퍼진 악화된 심리가 회복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관은 7,167억원 매수우위를 보였다. 순매수 규모로는 올 들어 두번째로 컸다. 그러나 프로그램 매수 규모가 차익과 비차익을 합쳐 올 들어 최대 규모인 무려 1조1,196억원 매수우위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기관의 매수 여력은 여전히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 매수는 베이시스가 악화되면 언제든 다시 매물로 출회될 수 있는데다 다음주 만기일까지 앞두고 있어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관 따라하기’로 반등 대응=그렇다고 모든 기관이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연기금이 대표적인 예다. 전날 금융위원회의 ‘매수 압박’을 받자마자 연기금은 올 들어 최대 규모 순매수(4,369억원)로 맞장구를 쳤다. 연기금은 이날 계열사 유상증자 추진으로 하한가로 추락한 동부화재 주식을 집중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약세장에서 투신권의 매수 종목도 관심권이다. 투신권의 매수세만으로 증시가 살아나긴 어렵지만 금융시장 불안만 일정 부분 완화되면 글로벌 증시 대비 지나친 낙폭 회복 시도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일주일간 폭락장에서 투신 순매수 상위종목에는 SK텔레콤ㆍ한국전력ㆍKT 등 경기방어주와 포스코ㆍ삼성전자ㆍ기아차 등 업종 대표주들이 올라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연기금 역시 삼성전자ㆍKTㆍ포스코ㆍ한전ㆍ현대차ㆍ신한지주 등을 사들였다. 반면 하이닉스ㆍ두산인프라코어ㆍ대한항공 등은 일제히 순매도에 나섰다. 곽중보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기관은 시장 상승에 대한 자신감 부족과 기계적인 손절매로 주식 비중을 조절하고 있지 주식을 버리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유입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국내 증시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9월 위기론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선 추가 지수 하락 대비와 함께 보수적인 시각을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며 “낙폭과대 우량주 위주로 반등에 대비하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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