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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과학기술산업전망(STI Outlook)'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연구개발(R&D) 집약도(매출액 대비 R&D 투자액)는 3.4%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OECD는 "한국은 가장 역동적으로 혁신활동을 하고 있는 나라"라고 평가했다.
실제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R&D에 '올인'하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고 일본이 부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는 R&D를 통한 기술력 제고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에 단행된 국내 4대 대기업 사장단 인사에서 R&D 분야의 경험이 풍부한 이들이 대거 발탁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경기침체에도 대기업들의 R&D 지출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엔저와 신흥국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은 R&D 비용을 역대 최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삼성전자의 연간 R&D 투자액만 11조원을 넘어선다. 주요 업체들의 총매출액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중도 7~8% 수준으로 높아졌다.
R&D 효과는 실질적으로 입증된다. R&D와 매출액 모두 상위 1,000대 기업에 속한 곳은 다른 업체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율이 높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R&D 투자 1,000대 기업에 포함되지 않는 매출액 1,000대 기업의 경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8% 감소했지만 R&D와 매출 모두 1,000대 기업에 속하는 업체는 영업이익이 7.6% 증가했다. 지난해 4·4분기 180억달러(약 19조4,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애플만 하더라도 2014 회계연도 R&D 지출액이 60억달러로 2년 전보다 76%나 급증했다.
기업들도 R&D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기술만이 살 길'이라는데 뜻을 같이 하는 것이다.
LG가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조성하고 있는 'LG사이언스파크'는 국내 기업의 R&D 의지를 잘 보여준다. 국내 최대 융·복합 연구단지가 될 LG사이언스파크에는 약 2만5,000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게 된다. 오는 2020년까지 4조원이 투입되는 LG사이언스파크에는 주요 계열사의 연구시설이 모두 들어선다. 계열사 간 융·복합 R&D로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얘기다.
현대차도 잰걸음을 하고 있다. 오는 2018년까지 친환경차 개발에만 11조원을 쏟아붓는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수소차 같은 3대 친환경차 부문에서 현대차가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R&D 인력도 7,345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2년 연속 사상 최대실적을 거두고 있는 SK하이닉스는 R&D가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선제적인 R&D를 바탕으로 고성능 모바일 D램을 개발한 SK하이닉스는 SK그룹의 중추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정유화학과 에너지 분야 업체들도 R&D에서는 뒤지지 않는다. 저유가와 글로벌 업황 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럴 때 일수록 기술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37년 만에 적자를 낸 SK이노베이션은 기술력을 무기로 위기를 정면돌파하겠다는 방침이다.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배터리와 수소에너지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R&D 센터를 건립하고 생산기술을 효율화하고 있다.
지난해 5,900억원을 R&D에 투자했던 LG화학은 올해도 전년도 수준 이상의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다. 효성은 폴리케톤과 탄소섬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는 주력 사업인 태양광 부문 R&D 투자를 더 강화한다. 최근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을 합병한 한화는 저렴한 가격에 효율이 높은 태양전지 개발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해양 플랜트 분야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수익성이 급전직하한 조선업체들도 '에코쉽' 등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꾸준히 R&D를 강화하고 있다.
KT는 미래융합전략실과 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서비스 같은 분야의 기술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철강업체들도 R&D를 통한 신공법 확보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포스코가 1조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확보한 파이넥스 공법을 해외에 수출, 기술료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타이어는 내년에 완공되는 최첨단 연구소 '한국타이어 테크노돔'을 통해 R&D 분야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유통기업들도 R&D에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CJ는 올 하반기 경기도 수원에 문을 여는 통합 R&D 센터인 'CJ 온리원 R&D 센터'를 중심으로 R&D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는 R&D에 대한 경쟁력 없이는 살아남기가 힘들다"며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계속 R&D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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