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창조형 연구개발(R&D)에 본격 나선다. 주력사업 강화 등 기존 R&D 패턴에서 벗어나 과감한 베팅을 통해 앞으로의 10년을 내다보는 투자로 산업계 생태계를 조성하는 쪽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SK그룹의 창조적 R&D 투자발표 외에 2~3개 대기업들이 미래창조와 관련된 프로젝트를 놓고 막바지 검토를 벌이고 있다. LG그룹은 이르면 다음주 창조형 R&D프로젝트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그룹은 ▦10년 동안 국가 과학기술 육성(1조5,000억원)과 ▦5만명의 소프트웨어 인력 양성(1,700억원) 등을 발표했다. SK텔레콤 역시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산업 투자를 골자로 한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주요 그룹들이 내놓은 창조형 R&D의 특징은 연구개발 금액의 파격적 증가와 질적 변화, 미래 10년을 내다보는 투자, 산업계의 토양 마련을 위한 행보로 요약된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은 지난해보다 15% 이상 늘린 파격적인 R&D 투자로 미래기술 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시설투자는 지난해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책정한 반면 R&D 투자는 2조원 이상 늘어난 사상 최대 규모(14조원)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의 일환으로 올 1ㆍ4분기에만도 3조4,000억원을 R&D에 사용했다.
현대차 역시 올해 2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할 방침이다. 과거에는 매년 1,000억~2,000억원을 늘리는 데 그친 점을 감안할 때 5,000억원 이상의 증액은 파격적인 행보다.
해외 개발회사 인수를 통한 질적인 변화도 나타나고 있다. 대규모 M&A 대신 작지만 강한 강소업체로 기술기반을 확보하고 미래기술 확보에 매진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미국 멀티스크린용 앱 개발사인 '모블(MOVL)'을 인수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개별기업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생태계 조성에 R&D가 집중되는 점도 최근의 특징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과거와 다른 공격적인 R&D 투자로 창조경영에 나설 것"이라며 "창조적인 R&D 투자는 결국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