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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구도 대혁명]

[경영구도 대혁명]재벌이후 새 모델은『과거에는 그룹 자체가 각 사간의 협조라는 장점이 있었으나 이제 세계적인 흐름과 여건은 각 기업들이 독자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하는 것만이 국제 경쟁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경영일선 퇴진을 공언한 정주영(鄭周永) 현대 명예회장의 말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한국 재벌의 상징이었던 鄭명예회장이 스스로 재벌체제의 한계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참으로 중차대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현대 鄭씨 일가의 경영일선 퇴진을 계기로 새로운 경영방식의 모색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선단식 경영체제로는 수익성과 효율성으로 대표되는 21세기 디지털시대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동안 우리 재벌구조가 세계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발휘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외국기업들은 현대·삼성·LG 등 한국의 재벌을 위협적 존재로 여겨왔다. 그만큼 재벌체제의 시너지효과는 컸다. 그러나 이제 득보다는 실이 더 큰 상황이 됐다. 어느 한 계열사의 부실은 곧 그룹 전체의 부실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우량기업조차 단지 같은 그룹이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덩달아 폭락하는 사태를 빚기도 한다. 이는 이번 현대사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반드시 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당초 현대건설과 현대투신의 유동성 부족에서 시작된 현대사태의 파장은 우량·비우량 계열사 가릴 것 없이 그룹 전체로 불붙듯 번져 「현대」의 위기로 확산됐다. 현대사태에서 보듯 과거와 같은 재벌체제는 이제 더이상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아니다. 그러면 재벌체제의 대안은 무엇일까. 지금 학계·재계에서는 이에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러나 선단식 경영의 장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재벌해체만이 가장 적합한 답안은 아니라는 얘기다. 재벌해체라는 명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우리 경제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충분히 수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재벌체제, 즉 오너위주 황제경영의 폐단은 더이상 용납될 수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재벌체제 이후 바람직한 경영모델로는 다음 세가지가 유력하게 떠오른다. 첫째, 재벌구조를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하는 것이다. 대주주는 투자자로서 경영감시 역할만 하고 자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맡는 시스템이다. 현재 지주회사의 규제완화를 두고 정부와 재계간 논쟁이 진행중이지만 양측 모두 그 필요성에 동의하고 있다. 황인학 한국경제연구원 박사는 『지주회사체제로 가게 되면 기업들마다 책임경영체제가 구축돼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둘째, 계열사간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기조실 중심의 수직화구조를 계열사간 수평적 협력관계로 바꾸는 것이다. 재벌경영의 핵심인 기조실은 그룹 장기계획 수립, 전략적 포트폴리오 구성, 재무성과 관리, 선진경영기법 도입 등 가치창출을 추구하는 조정센터로서 기능만 담당하게 된다. 셋째, 하나의 기업이름 아래 여러 계열사를 합병하되 기존 계열사는 사업부형태로 만드는 방안이다. 즉 미국식 사업부제 형식의 복합대기업형태다. 전문가들은 이 중 한가지 형식이 아니라 세가지 모델이 혼재하는 형태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개별 기업집단의 특성에 맞춰 시너지효과를 가장 높일 수 있는 경영모델을 선택하면 된다는 말이다. 연성주기자SJYON@SED.CO.KR 입력시간 2000/06/05 18:59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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