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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혁신정책 해를 넘겨야 하나
입력2003-11-26 00:00:00
수정
2003.11.26 00:00:00
민병권 기자
참여정부의 첫해가 저물어가는데도 노사 양측의 반발로 노사정위원회가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니 이만저만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올들어 노사분규 건수는 지난 90년과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춘투에 이어 하투, 동투로 이어지는 노동계의 연중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노사분규에 참여한 연인원도 지난해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하는 추세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올 연말까지 확정 짓겠다던 노사관계 혁신방안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으니 참여정부 집권 내내 노사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민주노총은 아예 노사정위원회에 참여조차 하지 않고 있고 한국노총도 노사정위 탈퇴를 검토하면서 한달이 넘도록 불참하고 있다면 사실상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국가경제를 걱정하는 모습은 영원히 기대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노사관계 혁신방안의 논의가 늦어지는 데는 물론 재계의 불만도 한몫 하고 있다. 29개나 되는 사안 사안이 너무 복잡하고 난해하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정책은 하나도 없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외국인 투자가 경쟁 대상국인 싱가포르 등에 비해 변변치 못한 것은 극한까지 치닫는 우리의 노사문화가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상승과 원천기술의 개발 부진 등은 우리 경제의 앞날을 암울하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다.
물론 노동계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노사관계 혁신방안의 근간 자체에 대해 노동운동 탄압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노사정위원회라는 틀 안에서 격렬한 토론과 설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불법ㆍ과격시위와 공권력 투입 요청이라는 악순환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노동계는 아무 조건도 없이 노사정위에 참석해야 한다. 또한 노사정위원회도 원점에서 출발해 현안 하나하나를 검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끝내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정부는 더 이상 논의를 늦추지 말고 현재의 정부안을 토대로 노동정책의 새로운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가다듬어 나가야 한다. 다만 노동부 등이 특히 명심해야 할 일은 노동부가 정부 부처로서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지 노동계나 재계를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노사 양측은 협상의 자리가 그 누구도 아닌 스스로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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