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세계의 사설] 확산되는 부실회계 공포
입력2002-02-01 00:00:00
수정
2002.02.01 00:00:00
갑자기 '숫자'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면.회계와 관련한 일말의 의혹이 불거져 나오기만 해도 관련 기업들은 여지없이 엔론의 후폭풍에 휘말리고 있다.
엔론 사태가 이들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두가지.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주가 하락을 겪게 된다.
의혹을 받을 만한 기업이건 아니면 억울하게 리스트에 오른 기업이건 회계 얘기만 나오면 예외 없이 적용되는 법칙이다.
대표적인 희생양은 타이코. 이 회사는 지난 90년대부터 수백개의 기업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도난경보장치부터 외과 수술용 의약품, 금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혀왔다.
그런데 최근 타이코가 회사 분할을 선언하고 나서자 투자자들이 석연치 않은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
다른 기업의 예도 많다. 한창 인터넷 관련주를 사 모으던 투자자들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과거에는 AOL과 관련한 작은 뉴스들이 닷컴 주가를 치솟게 만들었다.
지금은 AOL이 일반회계원칙(GAAP)을 어기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면서 관련 주가도 덩달아 바닥으로 떨어질 태세다.
이러한 악순환은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들이 실제로 회계상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기 전까지 이어질 것이다.
엔론 사태의 장기적인 파급효과도 크다. 엔론 사건 이후 기업의 회계관리에 대한 규제는 어떤 식으로든 강화될 것이다. 이로 인한 파장은 훨씬 광범위하다.
특히 특수 목적으로 설립된 서류상의 회사들(SPV)의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다. 엔론은 회계상의 부채와 손실을 떠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들을 만들었으며 SPV를 회계로 다루는 것에 있어서도 규칙을 깼다.
그러나 단순히 이 규칙들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보인다. 그런 벤처(SPV)들이 본래부터 독립적이란 가정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마치 양파 껍질을 벗기기 시작하는 것과 같다. 한번 시작하면 좀처럼 그만두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그런 의문들은 이미 제기됐었다
만약 SPV에 대한 감독을 강화한다면 현행 회계제도는 많이 바뀔 것이다. 파생금융상품 시장은 모두 원래의 상품과는 독립된 상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SPV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따라서 SPV 규칙이 변한다면 은행ㆍ보험 등의 금융회사들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조작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
이번 엔론 사태는 에너지 업계의 제반 규칙은 물론 엔론 본사가 위치한 휴스톤의 모습까지 많이 변화시킬 것이다. 투자자나 금융회사 그리고 금융감독 기관들은 이미 그 영향을 받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 1월 31일자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