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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환율 사실상 기능마비
입력2000-05-06 00:00:00
수정
2000.05.06 00:00:00
성화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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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05/08(월) 07:41
"시장안정"아닌 "식물시장"
환율의 변동폭이 극도로 좁아진데 대해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이 안정돼있다』고 하지만 시장참여자들은 『시장이 죽었다』거나 『식물시장이 됐다』고 말한다.
외환당국은 환율안정이 수출경쟁력을 높여 무역을 활성화하고 국제수지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달러 시황이 「결과로서의 안정」이 아니라 당국의 개입에 의한 「인위적 안정」이라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환율이 움직이지 않게되면 금융기관과 기업체들은 환율의 변화가 초래할 「위험」에 둔감해진다. 이러다가 다시 국제시장을 떠도는 핫머니의 공격을 받거나 외화수급에 큰 변화가 오게되면 허약한 체질로 인해 97년말 찾아온 외환위기의 끔찍한 악몽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성급한 우려마저 제기되고있다.
◇시장기능에 의한 안정이 아니다=가장 큰 문제는 정상적으로 시장내부의 가격메카니즘에 의해 환율이 안정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시장참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을 눈치채고 있다. 물론 외환시장 개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대부분 어느정도 단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그 정도가 너무 심하다는 지적이다. 변동환율제를 채택한 국가의 환율변동폭이 하루 0.1%수준이라면 기형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율하락을 막아 수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렇다고 원달러시장이 이처럼 경직된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가가 떨어지고 외국인주식매도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환율상승 요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은 아래위로 꽉 막혀있다. 당국이 1·4분기 내내 강도높게 시장개입에 나서 달러를 사들인 덕분에 지금더 달러를 팔 세력만 줄을 서있다. 환율이 1원만 올라도 매도가 쇄도한다. 환율이 떨어지면 다시 당국이 움직여 달러를 살게 뻔하다. 시장참여자들은 맥이빠져 원달러 거래를 하고싶은 의욕이 없다.
원달러 환율 변동폭이 협소해진데는 증시폭락으로 외국인들의 주식자금이 신규유입되지 않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동안 외환시장은 주식을 사기위해 달러를 매도하고 원화를 사들인 외국인과 이로인한 원화절상을 저지하기 위한 외환당국간의 공방이 심해졌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초까지 하루에 5~10원씩 환율이 변동한 것은 그나마 외국인들의 매도공세가 시장에 힘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율이 멈춰있는 최근의 시황은 원달러 시장이 외국인들의 손에 좌지우지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외환위기 언제든 다시 올수 있다=환율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외환시장의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시장은 생물이다. 과도하게 움직여도 탈이나지만 움직이지 않으면 건강해질 수 없다.
시장이 정체돼있으면 거래가 늘어나지 않고 시장참여자들의 긴장도 풀어진다.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리스크 헷지를 위한 파생상품거래등도 활성화될 리 없다.
이러한 「재래식 시장」이 국제적인 환투기꾼들에게는 좋은 사냥감이다. 튼튼한 시장은 수백억달러를 써도 버텨내지만, 규모가 작고 체질이 허약한 재래시장은 몇억달러만 쏟아도 쉽게 요동을 친다. 치고 빠지는 핫머니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동남아와 우리나라를 휩쓴 97년말의 외환위기 역시 피해를 본 국가의 외환시장이 허약했기 때문에 충격이 그만큼 컸다. 당국이 수출경쟁력과 환율간의 관계만을 고려한 근시안으로 일방통행식 정책만을 고집한다면, 결국 시장의 체질을 약화시켜 혹독한 대가를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성화용기자 SHY@SED.CO.KR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5/0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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