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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보약과 건강
입력2004-11-15 21:30:28
수정
2004.11.15 21:30:28
체내 음양기혈 보충제 의사 처방따라 사용을
날이 추워지면 자연은 겨울을 준비한다. 상강에서 입동에 이르는 이 시기에는 길가의 나무들도 잎을 모두 떨구는데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물론 야생의 동물들은 겨울잠을 준비하거나 겨우내 따뜻하게 지낼 동굴 같은 것을 찾아 이동한다.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이야 크게 준비랄 것 없이 겨울을 맞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겨울 김장이며 연탄들이기며 장 담그기 창호지 바르기 같은 겨우살이 준비로 이맘때 사람들은 매우 분주했다. 딱히 겨우살이 준비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예전에는 추위가 닥쳐올 때 연중행사처럼 보약 한첩이나 삼계탕 같은 특별한 음식으로 영양보충에 신경 쓰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이 때만 해도 연중 먹는 양식이 충실치 못하기 때문에 겨울 추위에 대비하여 체력을 보충한다라는 의미로 그같이 했던 것 같다.
천고마비라는 말도 있듯 야생의 생물들도 최대한의 영양보충으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걸 보면 가을의 영양보충이란 거의 본능적인 적응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보약이라 하면 인삼 녹용을 넣어 대강 만들면 되고 그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것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러나 보약도 정말 몸에 맞는 것을 먹으려면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 아래 개인의 체질과 환경 조건 등에 맞춘 약을 구해야만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보약이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보약이라고 통칭하긴 하지만 엄밀하게 보약은 기를 보하는 보기제(補氣劑)와 부족한 피를 충실하게 해주는 보혈제(補血劑), 음이 부족한 음허를 보완하는 보음제(補陰劑), 양기(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에게 필요한 보양제(補陽劑) 등으로 나눠진다.
예컨대 일반적으로 정력 부족으로 일컫는 남성의 발기부전만 하더라도 증상은 같지만 그 원인은 양기가 부족한 것일 수도 있고 음기가 부족한 탓일 수도 있으며, 둘 다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음기 부족이 원인인 발기부전에 무작정 양기를 채우는 보양제를 쓴다면 몸의 음양은 균형이 더욱 기울게 되어 증상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고 자칫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뱀이라든지 쓸개라든지 인삼 녹용을 불문하고 몸에 좋다는 것을 멋대로 이것저것 구해 먹는 것을 한의사들이 만류하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보약이란 체내의 음양기혈을 균형 있게 보충할 수 있도록 반드시 전문적인 처방에 따라 사용해야만 한다. 감기나 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더욱 한의사의 정밀한 지도를 따라야 한다.
이은주ㆍ강남구 역삼동ㆍdaehwad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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