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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李총리 결국 사퇴
입력2001-09-05 00:00:00
수정
2001.09.05 00:00:00
이한동 총리에게 5일은 가장 괴로웠고 긴 하루였다.별명인 단칼(一刀)에 어울리지 않게 이 총리는 전날에 이어 이 날도 속내를 감춘 채 하루종일 헷갈리는 행보를 계속, 혼선을 야기했다.
이 총리는 ‘사퇴’와 ‘잔류’를 시사하는 오락가락 언행을 반복하며, 마지막까지 총리직에 집착을 보였으나 오후 들어 결국 “JP 뜻에 따른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 총리는 오전 7시 신당동 김종필 명예총재 자택을 방문, 당으로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20여분간 만남에서 JP가 “각료 임명 제청 등 뒤처리를 잘하고 돌아오라”고 요청하자, 이 총리는 “그러겠다”고 답했다.
JP가 일본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이를 재확인, 이 총리의 사퇴는 기정사실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곧 상황은 바뀌었다. 총리 공관으로 돌아온 이 총리는 측근들과 진로를 협의하다가 오전 9시 한광옥(韓光玉) 청와대 비서실장의 방문을 받았다.
한 실장은 10여분간 동안 ‘유임해 달라’는 대통령의 간곡한 뜻을 전했다. 이후 이 총리는 오전 10시10분 정부중앙청사 1층에서 열린 목가공품 전시회에 참석, “당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당에 갈 이유가 뭐가 있겠어”라고 대답, 다시 유임 쪽으로 기운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1시간 뒤인 오전 11시. 또다시 흔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총리는 올림픽 역도 경기장에서 열린 전국 장애인부모 대회에 참석, 방명록에 서명하면서 “이게 총리로서 마지막 사인(서명)이 될 것 같은데…”라고 혼잣말처럼 말해 총리직 사퇴를 강력히 시사했다.
그러나 30분 후 연설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설 때의 어감은 다시 바뀌었다. “이것이 총리로서 정말 마지막 행사냐”는 질문이 이어지자, 심기가 불편한 듯 “그게 내가 결정할 문제냐”고 큰 소리로 반문했다.
총리직 유임 여부가 자신의 의사보다는 DJ와 JP의 협의 결과에 달려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오후의 기류는 또 변했다. 오후 2시30분께 이 총리를 만나고 나온 김용채(金鎔采) 건교부 장관은 “이 총리는 DJP공조가 깨져 아쉽지만 JP의 뜻을 따르겠다고 명쾌하게 말했다”고 전했다.
“이 총리가 참 딱해 보였다”는 게 김 장관의 소회였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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