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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경상수지가 8개월째 흑자기조를 보이면서 올해 누적 흑자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환율하락에도 오히려 상품수출이 크게 늘어나 한국경제가 서서히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벗어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8일 발표한 '2009년 9월 중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전월보다 22억9,000만달러 증가한 42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월 이후 8개월 연속 흑자행진이다. 이로써 올해 1~9월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322억2,000만달러에 달했다. 이는 1~9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경상흑자 규모가 커진 것은 상품수지 흑자가 8월 33억3,000만달러에서 54억5,000만달러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수출·수입 모두 전년 동기 대비로는 여전히 감소세지만 수출 감소폭은 8월 17.7%에서 7.9%로, 수입 감소폭은 32.0%에서 23.9%로 축소됐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수출실적이 전월 대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며 "우리 경제가 불황형 흑자 구조에서 탈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가 좋아진 이유는 반도체·승용차 등 대부분 품목의 수출이 증가한 덕분이다. 반도체의 경우 단가가 많이 올랐다. 낸드플래시 16기가바이트 가격은 7월 말 개당 4.39달러에서 9월 말 5.44달러로 올랐고 DDR2 D램 1기가바이트는 같은 기간 1.26달러에서 2.01달러로 껑충 뛰었다. 승용차는 8월 노사분규가 해소되면서 조업일수가 늘어났고 밀렸던 수출량도 더 출하됐다. 또 환율이 8월 평균 1,239원69전에서 9월 1,215원으로 다소 하락하기는 했지만 지난해 금융위기 당시인 9월(1,136원64전)보다는 아직도 높은 수준인데다 수출계약시 선적까지 2~3개월 걸리는 시차요인도 환율효과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 관계자는 "10월에는 경상흑자 규모가 30억달러 안팎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인 400억달러를 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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