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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해'는 광개토대왕 비문(동해를 뜻하는 고구려어 '동매')이나 삼국사기, 고려사('동가'로 표기)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표현으로써 방향성을 제시하는 바다 이름을 넘어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국호(國呼)에 해당하는 역사적 배경이 있는 명칭입니다."
고(古)지도 수집가이자 연구가인 김혜정(68·사진) 경희대 혜정박물관 관장이 25년 이상 수집해온 자신의 소장품 가운데 '동해'의 연원을 보여주는 고지도 원본을 12일 일반 대중에게 처음 공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관장은 예술의전당과 공동기획으로 고지도 70여점을 선보이는 '고지도로 보는 동해' 특별전을 오는 22일부터 4월6일까지 개최한다.
김 관장은 전시에 앞서 이날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독도를 우리가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음에도 독도가 담긴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이 전세계 지도의 70%에 이른다"며 "하지만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은 옛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시절부터 지도에 관심을 갖고 수집해오던 그는 "26년 전부터 독도와 동해의 영토·영해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과 한일관계와 한중관계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사명감으로 고지도를 집중적으로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관장은 전시 출품작 중 1760년 프랑스의 왕실지리학 계승자인 다네가 제작한 '아시아지도'가 동해는 '한국 바다'라는 뜻의 '메르 드 코레아(MER DE COREE)'로 표기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 1794년 영국인 던이 프랑스·독일·포르투갈의 지도를 바탕으로 제작한 일본과 한국 지도에도 동해는 '코리안 시(COREAN SEA)'로 적어 한국 영해임을 명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이것은 18세기 당시 유럽인들이 한국과 그 영해를 독립적으로 인정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고지도도 마찬가지다. 1810년 당시 에도막부의 천문 담당 관리였던 다카하시 가게야스가 막부의 명으로 제작한 '신정만국전도(新訂萬國全圖)'나 1844년 일본의 저명한 지도학자 미쓰쿠리 쇼고가 제작한 '신제여지전도(新製輿地全圖)'에도 동해는 '조선해'로 명시돼 있다. 김 관장은 "일본해 명칭은 1800년대 이후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지 19세기 일본 정부도 동해에 대한 조선 영해를 공식 인정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해 병기나 독도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전시가 해외 순회전으로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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