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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증권거래 틈새를 찾자
입력2004-02-12 00:00:00
수정
2004.02.12 00:00:00
온라인 증권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으로 유입됐고 그 결과 지난해 12월 온라인 계좌수가 560만개를 넘어 온라인 증권거래가 시작된 지난 98년(7만8,000계좌)에 비해 약 70배라는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시장점유율을 중요시하는 증권사의 입장에서는 증권거래 고객수가 증가하면서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하지만 온라인 증권거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증권사의 영업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높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약정, 높은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추다 보면 수익은 어떻게 될 것인가. 고객이 증가함에 따라 전산비용은 계속 증가하고 수수료 수입은 감소하고 있는데 그 해결책은 무엇인가. 이는 사실 몇몇 증권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 증권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문제일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증권거래에 대한 수수료만 낸다면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모두 `공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거래하는 증권사의 수수료가 다른 증권사들보다 더 낮아야 좋다는 인식, 여러 증권사의 계좌를 갖고 있으면서 정보는 대형 증권사, 거래는 수수료가 저렴한 소형 증권사 식으로 거래를 하는 투자자들의 인식을 바꾸는 일이 증권사들이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이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있다고 해서 온라인 서비스를 중단할 수는 없다. 초기에는 단순한 서비스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증권사의 영업활동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2002년 중반부터 서서히 차별화되기 시작한 부분이 약정금액에 따른 수수료 차등적용 방법이다. 그러나 거래를 하지 않으면 수수료를 부과할 수 없으므로 정보를 확인하는 계좌와 거래를 하는 계좌를 따로 갖거나 수수료에 따라 증권사를 옮기는 고객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보제공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청구하는 방법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모든 시세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다양한 분석 툴이나 리서치 정보들이 모두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계좌자산의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준의 정보만을 제공하며 고객이 추가 정보를 원할 때는 비용을 청구한다. 간단한 예로 호가정보의 경우 실시간으로 보는 데는 얼마, 기술적 분석 툴 10개를 이용하는 데는 얼마 하는 식으로 정보제공에 대한 비용을 청구한다.
국내의 경우 많게는 1,000여개의 화면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는 증권사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600개 정도의 화면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정보들 중에서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정보는 몇 개나 될까. 많이 잡아봐야 10% 미만일 것이다. 나머지 정보들은 개발 담당자들이 서비스 차원에서 만들어낸 것들이거나 몇몇 소수의 투자자들이 강력하게 요청해서 만들어낸 정보일 뿐이다. 이러한 정보들이 유용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정보제공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면 고객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렇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형 증권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형 증권사들이 국내 증권시장을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미운 소리를 한번 듣더라도 과감하게 서비스 제공방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소액 투자자들의 거래규모가 증가하게 되고 증권사의 수익창출에도 도움이 될 테니 장기적으로 이러한 고객들을 모두 끌어안고 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지만,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전산비용과 그에 따른 상대적 수입감소를 생각한다면 대형 증권사들은 이들 소액거래 고객들을 중소형사로 넘기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산에 투입되는 비용을 줄이고 정보의 창출이나 자산관리 서비스의 강화 등을 통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서 중소형 증권사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중소형 증권사들은 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를 전략적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서 하니까, 고객들이 원하니까 등의 이유로 대형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해왔다.
이런 접근방법은 잘못된 것이다. 온라인 증권거래는 대형 증권사들의 틈새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였다. 물론 이제는 대형 증권사들도 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그들의 핵심역량은 여전히 자산관리 서비스나 뛰어난 리서치 능력을 통한 투자상담에 맞춰져 있다.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좇아 하기보다는 선물옵션 거래나 시스템 트레이딩 등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어차피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면 틈새시장이었던 온라인 트레이딩의 또 다른 틈새시장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저마다 갖고 있는 핵심역량을 파악해 해당 분야에서만큼은 1위를 차지하겠다는 각오로 매진한다면 각 증권사들의 발전뿐만 아니라 전체 증권업의 발전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장경천 중앙대학교 상경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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