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신용불량자 구제 대책] 금융회사 채무재조정이 관건
입력2003-08-25 00:00:00
수정
2003.08.25 00:00:00
권구찬 기자
월평균 10만명씩 증가, 사회불안요소로 까지 작용하고 있는 신용불량자를 구제하기 위해 정부가 뒤늦게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대책은 1,000만원미만 소액연체자 81만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신용회복이 이뤄지도록 채무 재조정하고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자 등록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단기 소액채무자에 대한 신용회복지원은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가 전제되야 하지만 금융기관의 반응은 극히 냉담해 정부가 의도하는 `구제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다. 특히 채무재조정과정에서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를 초래해 연체자가 다시 늘어나는 등의 부작용도 우려되고 금융기관에 `신용불량 부실`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기관의 채무재조정이 열쇠=정부는 신용불량자 특성을 감안한 신용회복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해 소득이 있으며 상환의지가 있는 소액 신용불량자는 가급적 빨리 신용불량의 굴레를 벗도록 해준다는 방침이다. 전체 335만명의 신용불량자중 단일 금융회사에 등록된 소액 신용불량자 81만명이 1차 구제대상이다. 이들은 채무액이 1,000만원 미만으로 채무상환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해당 금융기관이 채무재조정작업을 통해 조속히 신용회복이 이뤄지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채찍`도 동원된다. 금융감독당국이 금융기관에 대한 경영실태를 평가할 때 신용회복지원 실태를 반영하고 매월 발표되는 신용불량자 현황에도 금융기관별 현황도 공개하는 등 유무형의 압박을 가한다.
2개이상 금융기관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는 다음달부터 운용되는 `공동채권추심제`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산업은행과 LG투자증권 등 12개 금융기관이 공동설립하는 특수목적회사(SPC)인 공동채권추심회사는 채권추심과 연체채권매각 외에 다중채무자들의 소득상황과 채무상환의지 등을 평가한 뒤 신용회복지원위원회를 통해 일괄적으로 채무를 재조정한다. 다중채무자가 지금처럼 금융기관별로 채무재조정을 받지 않고 일괄적으로 처리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채무재조정대상은 연체금액 3,000만원미만이고 연체기간 48개월 미만인 100만명이 해당된다.
◇장기적으로 신용불량제제도 폐지=30만원이상 3개월 연체하면 일괄적으로 신용불량자로 등록해 금융기관이용을 제한하는 현행 신용불량제 등록 및 관리제가 이르면 내년중 폐지된다. 신용불량자에 대한 획일적인 제재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민간신용평가회사와 금융기관이 개인 신용도에 따라 차별적인 금융 거래가 가능하도록 신용불량제 제도자체를 근본적으로 개편한다는 것이다.
변양호 금융정책국장은 “신용불량제 등록ㆍ관리제도가 폐지된다고 해서 신용불량자 기록이 삭제되는 것은 아니다”며 “다만 현재의 신용불량자라도 연체금액과 소득수준ㆍ채무변제의지 등을 정밀분석해 등급을 매긴 뒤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금융거래한도를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 반응과 전망=소액단기채무자 81만명과 다중채무자 100만명 가운데 소득이 있고 상환능력이 있는 일부는 채무재조정을 통해 신용불량자 굴레를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대책에 대한 금융기관들의 반응은 부정적이어서 수혜자는 그다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논리와도 맞지 않고 채무재조정과정에서 모럴 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실적으로 모든 금융기관들이 연체 고객들에 대한 각각의 기준을 따로 세워놓고 관리하고 있어 정부의 신용회복 가이드라인 제시가 오히려 금융기관들의 리스크관리능력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은행의 한 관계자는 “약 1만명의 단일 신용불량등록고객에 대한 샘플링 조사에서 90%이상의 고객들이 사채 등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빚을 따로 지고 있었다”며 “이들을 다 구제하기 위해서는 사채빚까지 은행이 대신 갚아줘야 할 것”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금융기관들은 또 신용회복 지원실적을 금융기관의 경영실태평가항목에 반영한다는 것도 `관치금융적`발상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B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신용불량 문제해결을 위해 금융기관에 짐을 떠넘기고 있다”며 “그러지 않아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채무자의 모럴해저드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찬기자,조의준기자 joyjune@sed.co.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