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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北과 갈등 봉합…'김윤규 카드' 쓸까
입력2005-10-23 18:01:44
수정
2005.10.23 18:01:44
김 前부회장 백의종군 의사<br>玄회장도 한발 물러설 조짐<br>화해가능성 조심스럽게 거론
‘새로운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의 대북사업을 둘러싼 남북 양측의 흐름이 ‘당초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을 퇴출시킬 당시 예상했던 범주’를 훌쩍 넘어섬에 따라 “전체적인 틀을 되짚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특히 현대-북한 갈등의 표면적인 키맨(Key Man)인 김 전 부회장이 지난주 말 귀국하면서 현대에 대해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냄에 따라 ‘김윤규 카드’가 대북 핫라인 역할을 할 ‘조커(joker)’로 재조명받는 양상이다.
이를 놓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역시 한발 물러날 조짐을 보이는 등 그동안의 결연한 태도가 흔들리는 듯한 모습이어서 주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그룹, ‘김윤규 카드’ 숙고 중=현대그룹은 김 전 부회장이 한달 가량의 외유를 끝내고 지난 22일 귀국하자마자 대북사업에 대한 조력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의 재중용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그룹의 한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 복귀 등에 대해) 현 회장이 판단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은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을 수 없다”면서도 “내일은 또 어떻게 입장정리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밝혀 사안을 숙고 중임을 감추지 않았다.
현대 주변에서는 현 회장의 태도변화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 회장은 22일 제주 레이크힐스 골프리조텔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 중이었지만 김 전 부회장 입국시간(당일 오후1시40분)이 다가오자 세미나 참석자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빠져나와 TV 보도내용에 신경을 집중할 정도로 고민하는 빛이 역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의 이 같은 모습은 불과 보름 전 김 전 부회장을 퇴출시키면서 보여줬던 단호한 자세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대국적 차원에서 김 전 부회장과 화해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의 ‘백의종군’ 의지도 변수=업계 주변에서는 “고위층간의 접촉 물꼬가 막힌 현대로서는 김 전 부회장을 활용하는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현대와의 결별’ 명분으로 내세우는 가장 큰 변수가 바로 김 전 부회장의 퇴출이란 점에서 대승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특히 “현대가 올바른 길(김 전 부회장 복권)로 들어선다면 기회를 줄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김 전 부회장이 대북사업의 창구로 다시 나서게 되면 대북사업 파트너 현대를 내칠 명분이 약해진다.
현대아산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김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 등으로 복귀시킬 경우 그룹 인사정책의 일관성이 깨지고 국민적인 비난이 쏟아질 수 있다”며 정식 임원으로의 중용이 쉽지 않음을 토로했다.
김 전 부회장이 ‘실추된 명예’에 얼마나 집착할 것이냐는 점도 주요 변수다.
김 전 부회장은 지난주 말 귀국 당시 기자들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지든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퇴출 직전 위상인 대표이사직 복귀에 집착하지 않을 것임을 뜻하는 것으로도 읽히지만 그렇다고 아무 조건 없이 ‘백기 투항’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김 전 부회장은 당초 부회장 직함은 유지한 채 대표이사직에서만 물러나도록 하는 복안을 그룹으로부터 제안받았지만 실권이 없는 자리는 안된다고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주변에서는 이 때문에 김 전 부회장의 재중용이 이뤄질 경우 사업실권을 가진 대표이사직 복귀(공동대표이사직 포함)보다는 그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고문과 같은 자문역을 맡기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 경우 김 전 부회장에게는 ‘고문→대북사업 조력→은퇴’라는 명예로운 길이 열려 이달 초의 ‘부회장직 박탈’ 수모를 씻을 수 있게 된다. 또 현대그룹 입장에서도 대북사업 분위기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 서로가 ‘윈윈’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현대-북한간 갈등의 일차적인 봉합성공 여부는 현 회장과 김 전 부회장이 서로 ‘원칙’과 ‘명예’에서 한발씩 물러날 수 있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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