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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안정기조 확보 “고육책”/한은 「내년 5% 저성장」 의미
입력1996-11-30 00:00:00
수정
1996.11.30 00:00:00
김상석 기자
◎실업률 상승·물가 5%내 억제/경상적자는 1백50억불로 축소『구조화된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저성장을 감내해야 한다.』
한국은행이 마침내 제 목소리를 분명히 내기 시작했다.
성장, 국제수지, 물가의 3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정책조합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는 것이 경제학이론의 정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이 막연히 낙관적인 판단만으로 적절한 진단과 처방의 기회를 외면, 이들 모두를 놓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상이다.
따라서 경제회생을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분간 성장을 다소 포기하더라도 안정화 정책을 써서 국제수지 방어와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한은의 입장이다. 이는 한은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이번처럼 시나리오까지 제시하면서 구체적으로 표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는 김영삼 대통령의 「경상수지적자 절반축소」 지시가 큰 힘이 됐음이 틀림없다.
한은은 29일 발표한 「97년도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말까지 경상수지 적자가 2백2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다소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큰 규모인 1백80억달러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성장도 올해의 6.9%보다 낮은 6.4%, 소비자물가는 올해의 4.5%보다 높아진 4.7%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같은 한은의 전망은 현재의 내외경제여건이 변하지 않고 정책변화도 없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다. 따라서 내년 경상수지 적자폭이 1백8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김영삼 대통령의 내년 경상수지 적자 절반축소 지시가 기존의 정책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내년 경제를 다소 비관적으로 보는 이유로 한은은 ▲설비투자 위축과 민간소비 둔화 ▲수입증가세 둔화와 수출회복으로 무역수지 적자는 줄되 무역외 및 이전수지의 적자폭 확대 ▲금년중 높은 임금상승과 원화절하, 공공요금을 비롯한 서비스가격 상승압력에 따른 물가불안 우려 등을 꼽고 있다.
한은은 정책당국이 선택하는 정책운용방향에 따라 내년도 경제지표들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정책당국이 내년도 통화, 재정 등 주요거시정책을 7%내외 성장을 유지하는데 역점을 둘 경우 경상수지 1백95억달러 적자, 소비자물가 5%대, 실업률 2.0%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성장률이 다소 높아지고 실업률이 낮은 수준이지만 경상수지와 물가를 포기하는 셈이다. 이 정책은 가장 최악의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정책당국이 국제수지 개선 및 물가안정에 우선목표를 두게 될 경우 성장률은 5.5∼6.0%로 다소 낮아지고 실업률은 2.4∼2.6%로 높아지게 되나 경상수지 적자는 1백30억∼1백50억달러로 크게 낮아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도 4.2∼4.5%로 낮아진다.
5%대의 저성장을 감수할 경우 경제의 안정기조 확보에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한은의 진짜 목소리다.
한은은 수입수요관리를 통한 국제수지방어가 어느때보다도 긴요하고 최근 잠재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우리 경제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었다.
한은이 이례적으로 정책선택별 전망치를 각각 내놓은 것은 그만큼 대통령선거가 있는 내년 경제정책 운용여건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다.
대선을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현 정부가 실업률이 높아지고 성장이 둔화되는 「인기없는」 경제정책을 과연 채택·실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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