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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생활의 발견

중3학생이 어머니 시신옆에서 6개월간 지낸 사건이 알려지면서 당사자인 송군을 돕겠다는 온정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 각종 포털사이트에도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글들이 물결을 이룬다. 보도에 따르면 송군은 “어머니가 사망한 이후 낮에는 주로 뒷산에서 시간을 보냈고 밤에는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있는게 편했고 무섭지 않았다”고도 했다. 송군의 이야기는 그래도 학교교사등 주변사람들의 끊임없는 추적으로 뒤늦게 밝혀진 일이다. 그러나 주변사람들의 무관심속에 방치되는 제2, 제3의 송군도 많을 것이다. IMF 이후 양산된 실직자들과 노숙자들이 최근 경기불황으로 더욱 늘어나고 결손가정의 수도 늘고 있다. 이에따른 중산층붕괴도 심각하다. 송군이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가난에 익숙해짐을 보면서 최근 출간된 조지 오웰의 자전소설`파리와 런던의 밑바닥생활`이 오버랩된다. 이 작품은 오웰이 1928년부터 5년여동안의 밑바닥 생활체험을 바탕으로 쓴 것이다. 당시는 미국의 대공황이 세계를 강타한 시기로, 가난의 단상을 특유의 필체로 고발한다. `그때부터 나의 가난 경험이 시작되었다. 처음에 발견한 것은 가난의 독특한 비천함, 어쩔 수 없이 겪는 변화, 복잡스러운 째째함, 주눅들기 따위이다. 이를테면 가난에 들러붙는 비밀주의를 발견한다. 다음은 끼니 문제인데 끼니는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배고픔이 어떤 것인지를 발견한다. 빵과 마가린만을 먹고 밖에 나와 가게 유리창을 들여다본다. 낭비되듯 거대하게 쌓인 음식이 당신을 모욕한다. 그런 많은 음식을 보면 울먹거리는 자기 연민이 몰아닥친다. 가난과 뗄 수 없는 따분함을 발견한다. 아무런 일도 할 것이 없고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 아무런 일에도 관심이 가지 않은 때이다. 반나절씩이나 침대에만 누워 보들레르의 시 `악의 꽃`에 나오는 `젊은 해골`이 되어버린 기분이 든다. 오직 음식만이 몸을 일으키게 한다. 사람이 빵과 마가린만을 먹고 일주일이 지나면 그건 더 이상 사람이랄 수 없고 그저 장기 몇 개 달린 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발견한다. …` <박연우(문화부차장) ywpar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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