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외출' '형사' '가문의 위기'등 관객몰이 트로이카 체제 명절엔 역시 극장나들이. 한 해 가장 많은 관객이 몰리는 대목 명절이면 각 영화사들은 1년 내내 공들인 때깔나는 작품들로 관객들과 만난다. 그런만큼 명절 스크린은 웃음과 감동, 눈물이 풍성한 화제작들로 늘 풍성하다. 추석 대목을 노린 한국 영화들은 벌써 지난 주 일제히 개봉 포문을 열고 관객몰이에 나섰다. 이에 맞선 할리우드 외화 역시 이번 주 대거 스크린에 선보인다. ◇한국영화, 흥행은 계속된다= 올 추석엔 지난 8일 개봉한 ‘외출’ ‘형사-듀얼리스트’ ‘가문의 위기’가 나란히 트로이카 체제를 꾸렸다 있다. 개봉일을 맞추기 위한 신경전은 이미 끝냈다. 본격적인 관객 몰이는 추석 연휴다. 한류스타 배용준과 손예진을 투톱으로 세운 ‘외출’은 불륜을 다룬 정통 멜로로 여름 블록버스터에 지친 관객들을 유혹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등으로 담백한 멜로영화의 진수를 보여줬던 허진호 감독의 세 번째 작품이다. 서로의 배우자가 불륜인 걸 안 두 남녀에게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는, 도발적이면서도 아이러니한 사랑을 그려냈다. 배용준의 출연으로 일본, 대만 등 아시아권 시장의 주목을 한 눈에 받고 있지만, 판에 박힌 ‘겨울연가’ 이미지를 복사했을 뿐이라는 굴레에선 벗어나지 못한 게 사실. 아시아의 ‘욘사마’가 과연 국내에서도 검증된 흥행카드로 자리할 수 있을지는 이 작품이 증명해 줄 수 있을 듯. ‘형사-듀얼리스트’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이명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라는 정평에 걸맞게 화려한 스타일과 비주얼을 자랑한다. 극중 시끌벅적한 장터의 풍경부터 하지원-강동원의 검을 맞댄 결투신까지, “이런 화면도 만들 수 있구나”라는 관객들의 탄성을 절로 짓게 한다. 이른바 ‘화면발’로 승부하는 영화다. 10~20대 여성관객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강동원의 우수어린 눈빛과 여성스런 표정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같은 원작의 TV드라마 ‘다모’에서 조선 여형사를 맡았던 하지원은 같은 역을 맡으면서도 완벽히 다른 이미지를 보여준다. 탄탄한 줄거리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을 넘어 분노하겠지만, ‘승무’를 연상시키는 두 검객의 결투신으로 상징되는 미장센만큼은 이미 할리우드가 부럽지 않을 수준으로 올라섰다. ‘가문의 위기’는 지난 2002년 전국 500만 관객을 넘겼던 ‘가문의 영광’ 후속편. 전통적으로 추석엔 코미디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올 추석 흥행 1위를 겨냥할 만도 한 작품. 그러나 현실성 없는 유머와 신현준, 김원희 두 주연배우의 연기력 부족으로 ‘전편의 영광’을 넘어서긴 힘들다는 평가가 지배적. 물론 ‘가문의 영광’이 개봉 당시 500만명을 넘어설 거라는 예상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편이 조폭 집안의 명문법대생 사위 만들기를 다뤘다면 이번 편은 검사 며느리가 조폭 집안에 들어온다는 기둥 줄거리를 담고 있다. 김원희, 탁재훈, 김수미, 공형진, 신이 등 브라운관에서 개그맨 뺨치는 코미디를 보여줬던 배우들이 모두 모여 한바탕 잔치를 하는 정도로 이해하자. 음담패설과 남성 성기에 집착하는 ‘화장실 유머’로 무장했다. [외화] '신데렐라맨' '찰리와…'등 숨겨진 재미와 감동 '쏠쏠' ◇할리우드, 만만치 않다=한국영화 삼총사에 비해 주목은 덜 받고 있지만, 숨겨진 재미와 감동이 만만치 않다. ‘신데렐라맨’은 미국 대공황기 빈민의 우상으로 떠오른 복싱선수 제임스 브래독의 실화를 다룬 영화. 한 때는 잘 나갔던 복싱선수 브래독이 불경기와 부상으로 나락에 떨어지며 부둣가 막노동자로 전락한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 재기에 성공, 미국 복싱역사의 한 획을 긋는다. ‘뷰티풀 마인드’에서 감동실화를 그렸던 론 하워드 감독과 러셀 크로가 손을 잡았다. 브래독 아내 역의 르네 젤위거는 ‘브리짓 존스’로 국내 팬들에게 친숙한 배우. 뻔한 스토리지만 묵직한 감동을 선사하는 작품.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맛보고 싶다면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들러보자. 할리우드에서 가장 번뜩이는 재치로 무장한 감독 팀 버튼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수십 년간 비밀에 쌓인 세계 최고의 초콜릿 공장에 다섯 아이들이 견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평범한 결말을 담아냈지만, 다섯 아이들로 비춰지는 탐욕에 가득한 인간군상을 시니컬하게 풍자하는 통렬한 재미가 있다. 초콜릿 폭포, 캔디 나무, 설탕 보트 등 상상 속에서나 가능했던 것들을 스크린으로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연걸 주연의 ‘더 독’은 명절 코미디물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액션작품.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옹박’을 연상시키는 이연걸이 펼치는 화끈한 무술솜씨로 중무장한 영화다. 주윤발, 성룡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할리우드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연걸이 작정하고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싸움개로 키워진 주인공이 인간으로 거듭난다는 내용으로, 허술하고 황당한 줄거리의 빈 자리를 땀 흘리는 액션으로 채워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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