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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부실 뇌관 터질라" 사전차단 나서
입력2008-11-27 09:56:38
수정
2008.11.27 09:56:38
■ 한은 통해 은행에 공적자금 투입<br>일부 은행 BIS비율 이미 한자릿수로 곤두박질<br>기업 부실→건전성 악화→대출금 회수 '악순환' <br>국채매입 방식 자금투입 유력 '사실상 韓銀특융'
최근 기업들의 부실화가 심해지면서 일부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이미 한자릿수로 떨어졌다. 은행권 전체로도 평균 10%를 겨우 넘을 정도다. 은행들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신규 대출을 극단적으로 자제하고 기존 대출을 앞 다퉈 회수하고 있다. 기업 부실이 은행의 건전성을 떨어뜨리고 이것이 다시 기업 대출을 옥죄는 전형적인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방침을 공식화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다. 극단적인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는 은행 부실사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은행 처지 어떻기에=현행 금융산업 구조개선법에 따르면 정부가 은행에 출자할 수 있는 요건은 BIS 비율이 8% 아래로 떨어졌을 때다. 즉 은행 부실의 척도가 되는 공식적인 BIS 비율은 8%이며 이 밑으로 내려가면 정부는 적기시정조치를 통해 은행에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말 그대로 ‘수치’에 불과하다. 무디스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은행의 자기자본비율을 12% 정도에 맞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이래야 은행들이 국제시장에서 제대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은행들의 BIS 비율은 이에 미달한다. 지난 9월 말 현재 은행권의 평균 BIS 비율은 10.61%. 특히 국민은행의 경우 자기자본비율이 9.14%에 불과하고 하나(10.04%), 우리(10.32%), 신한(11.04%) 등도 국제기준치에 모자란다.
은행들이 최근 대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 부실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BIS 비율은 갈수록 내려가는 상황이다. 회사채 발행 등으로 연말까지 BIS 기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현상황대로라면 12%는커녕 두자릿수도 맞추기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이다.
정부의 걱정은 은행들이 BIS 비율을 맞추려 사력을 다하는 동안 정작 은행 본연의 기능인 자본중개장치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 연명하기도 바쁜데 정부가 아무리 기업에 대출을 하라고 요구한들 말이 먹혀들 리 만무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은행에 6차례에 걸쳐 경고 메시지를 던져도 기업 대출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당국자가 26일 “연말까지 BIS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정황에 따른 것이다. 은행권이 자력으로 11~12% 정도 수준까지 BIS 비율을 끌어올리는지를 지켜본 뒤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곧바로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얘기다.
◇정부 공적자금 어떻게=관건은 공적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투입할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당국자는 이날 중요한 힌트를 던졌다. 그는 “연말까지 한국은행을 통해 시중은행의 고민을 해결할 몇 가지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즉 은행권의 BIS 비율 충족을 위한 매개체로 한은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규정상 한은이 직접 은행에 자본을 출자할 수는 없다. 한은이 현재 수출입은행에 자본을 넣은 뒤 수출입은행이 다시 외환은행에 출자하는 방식을 쓴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한은의 특융 형식을 빌린 것이다.
청와대 당국자의 설명대로라면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 수혈 방식도 이와 비슷한 흐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정부가 (은행 지원을 위한) 국채를 발행하면 이를 한은이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은행에 자금을 투입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은행에 출자하는 곳은 예금보험공사가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자산관리공사 등을 통해 은행의 부실채권을 사들일 수도 있다.
또 다른 방안은 은행권의 BIS 비율을 산정할 때 분모가 되는 위험가중자산을 낮춰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한은이 주택금융공사의 채권을 사줘 공사의 자금여력을 확충한 뒤 이 자금으로 공사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분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은 이밖에 한은과 연기금ㆍ채권시장안정펀드 등이 은행권 후순위채를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은행권의 대주주인 외국계 주주들이 지분희석(다일루션)을 감안해 반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은행의 상환우선주를 정부가 매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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